제3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해녀는 아기 낳고 사흘이면 물질한다)

초가집 안 자는 아기, 태왁과 빗창을 들고 바다로 향하는 흰 옷 입은 해녀 뒷모습, 현무암 돌담길 풍경.

(그림: ai 생성)

지난 1, 2회 글을 통해 살펴본 ‘제주어’, 어떠셨나요? 표준어와는 사뭇 다른 제주어만의 독특한 결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찐 토박이의 제주어]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제주 여인들, 특히 해녀들의 강인함과 근면성을 나타내는 속담을 예문으로 제시합니다.


제주의 ‘삼다삼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이 ‘삼다’에 해당하는 ‘돌, 바람, 여자’ 중, ‘여자가 많다’는 ‘여자가 많음을 뜻하는 풍요가 아니라, 남자의 부족함을 의미하는 결핍’의 산물이었습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농업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서 거친 바닷바람과 풍랑 속에서도 바다에서 어로를 해야만 하였고, 조정에 바칠 해산물 채취를 위해 남성들은 목숨을 걸고 무리하게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풍랑에 표류하거나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남성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더욱이 조공을 빌미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물을 요구하는 관리들의 끝없는 수탈에 견디다 못한 제주 남성들이 대거 제주 섬을 탈출하면서 남성의 수는 대폭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남아 있는 여성들이 혼자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남은 여성들은 남자가 부족한 만큼 조공으로 바쳐야만 할 해산물 채취의 책임이 더 커졌기에 한층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여성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과감히 거친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였고, 이 여성들의 ‘연대와 상생’을 바탕으로 한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재에 등록되어 전 세계에 위대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의 ‘제주 이야기’ <제5회> 글에서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문 >
제주어
(속담)
1.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2. ᄌᆞᆷ녜 애긴 사을만에 아기 것 멕인다.
번 역1. 잠녀는 아기를 낳아 두고 사흘이면 물질하러 바다에 들어간다.
(해녀의 강인성과 근면성을 나타내는 말)

2. 잠녀의 아기는 사흘만에 아기의 밥(또는 미음)을 먹인다.
(해녀는 아기를 낳은 뒤 사흘 만에 젖을 떼고 아기의 밥을 먹이고 일하러 간다는 말)

출처: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ᄌᆞᆷ녠 (좀녠, 잠녠) ᄌᆞᆷ녜 (좀녜, 잠녜)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2) 어휘 해설

① 1.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 ᄌᆞᆷ녠: 해녀는. <명사> ᄌᆞᆷ녜 + <조사> ㄴ = ᄌᆞᆷ녜는
  * ᄌᆞᆷ녜: <명사> 잠녀(潛女), 해녀(海女).   
  * ㄴ: <조사> 받침 없는 단어 뒤에 붙어 ‘~는’의 뜻을 나타냄.
  * ‘ㄴ’의 예: 괴긴(고기는) = 괴기 (고기)+ ㄴ.
⬛ 애기: <명사> 아기.
⬛ 나: <동사> 낳다. 나-(낳아) + <연결어미> -아 ➔ 나 (어미 ‘-아’가 탈락/축약되어 ‘나’ 형태가 된 것임).
⬛ 뒁: 두고서. 두어 + -ㅇ  
  * 두다: <동사> 두다. (두 + 어 ➔ 두어)   
  * -ㅇ: <연결어미> 용언 어간이나 어미 뒤에 붙어 앞선 동작이 지나거나 연속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서’의 뜻).
⬛ 사을이민: 사흘이면.
  * 사을: <명사> 사흘 (= 사흘).
  * -이민: <어미> -이면,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가정적 사실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물에 든다: (바닷)물에 들어간다. 물질을 한다.
  * 든다: <동사> 들다 + <어미> -ㄴ다
  * 들다: <동사> 밖에서 속이나 안으로 향해 들어가다.
  * -ㄴ다: <어미> 현재의 동작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 참고: 제주어에서 ‘물’은 맥락에 따라 ‘바다(바닷물)’를 의미하며, ‘물에 든다’는 ‘해녀들이 물질 작업을 한다’를 뜻하는 관용구입니다.


② 2. ᄌᆞᆷ녜 애긴 사을만에 아기 것 멕인다.

⬛ 애긴: 애기 + ㄴ. (= 애기는 = 아기는).
  * 애기: <명사> 아기.
  * ㄴ: <조사> 받침 없는 단어 뒤에 붙어 ‘~는’의 뜻을 나타냄.
⬛ 사을만에: 사흘 만에.
  * 사을: <명사> 사흘 (제주에서는 ‘사흘’도 함께 사용함)
  * 만: <의존명사> (시간이) 경과했음을 나타내는 말. (표준어 ‘만’과 동일)
  * 에: <조사> 고정된 공간적 처소나 시간적 위치를 나타내는 격조사.
  * 참고: 제주어에서 날짜를 세는 말 중 ‘하루, 이틀’은 형태 변화가 없으나, ‘사을, 나을’은 ㅎ이 탈락한 형태와 ‘사흘, 나흘’ 형태가 함께 쓰임.
⬛ 아기 것: 아기의 밥 (또는 미음). ‘아기의 것’에서 <속격 조사> ‘의’가 생략된 형태.
  * 아기: <명사> 아기.
  * 것: <명사> 음식, 양식. (※ 사전상 기본 정의는 ‘가축의 먹이’이나, 실생활에서는 사람의 ‘밥’이나 ‘먹을거리’를 뜻할 때도 널리 쓰임.)
⬛ 멕인다: 멕이다 + -ㄴ다.
  * 멕이다: <동사> 먹이다. (제주에서는 ‘먹이다’를 그대로 쓰기도 함).
  * -ㄴ다: <어미>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어, 그 행동을 직접 지정하여 나타내는 종결어미. (예: <동사> 보여주다 + -ㄴ다 = 보여준다)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출산 후 단 사흘 만에 갓난아기를 집에 두고 바다로 물질을 나가는 제주 해녀들, 오늘은 제주 속담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해녀들의 강인하고 근면한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속담, 어떠셨나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이 있듯, 남성들의 부재라는 큰 시련 속에서도 제주의 여성들은 굳건히 삶을 일구어 냈습니다.

만일 독자 분들이 맞고 있는 상황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면, ‘제주 해녀’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강인함을 떠올리며 자신을 추스르는 건 어떨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제주 이야기] 『<제5회> ‘제주 해녀’의 위대한 연대와 상생의 사회학』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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