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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ᄒᆞᆫ베에 싀 성제썩이나 봉갓덴 (한배에 세쌍둥이를 낳았다는)

    전통 한복을 입은 두 제주 할머니가 돌담과 귤나무로 둘러쌓인 초가집 앞마당 멍석 위에서 소쿠리에 담긴 곡식을 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정겨운 제주 풍경

    (그림: ai 생성)

    지난 4회까지 함께 살펴본 ‘제주어’, 어떠셨나요? 표준어와는 억양도 어휘도 사뭇 달라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안에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제주 사람들의 정겨운 삶의 숨결이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예전 제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 만큼 이웃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내 일처럼 함께 나누곤 했습니다. 특히 마을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만큼 큰 경사는 없었지요.

    [찐 토박이의 제주어]가 전하는 오늘 제5회에서는 어느 집에서 ‘세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과 반가운 마음으로 이웃집 언니와 말을 건네며 확인하는 정겨운 대화를 준비했습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할망 1. 성님, 누게산디 ᄒᆞᆫ베에 애길 싀 성제썩이나 봉갓덴 ᄒᆞᆫ 소문 들읍디강?  

    할망 2. 요 ᄒᆞ를날 우녁집 말젯년이 자락자락 낫덴 ᄒᆞ연 엄부렁ᄒᆞ게 소문나신디, 게난 아신 아직꺼정 못 들어샤?

    할망 1. 싀 성제 키우젠 ᄒᆞ민 고생이사 ᄒᆞ겟주마는, 잘도 지꺼지키여.
    번 역할머니 1. 언니, 누구인지 한배에 삼 형제(세쌍둥이)를 주웠다(낳았다)는 소문 들었나요?  

    할머니 2. 요 하룻날 윗집 셋째 딸이 주렁주렁 낳았다고 해서 엄청나게 소문났는데, 그러면 동생은 아직까지 못 들었나?

    할머니 1. 세 쌍둥이 키우려고 하면 고생이야 하겠지만, 매우 기쁘겠어.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ᄒᆞᆫ베 (혼베, 한베, 헌베) ᄒᆞᆫ (혼, 한, 헌)
    ᄒᆞ를 (호를, 하를, 허를) ᄒᆞ게 (호게, 하게, 허게)
    ᄒᆞ민 (호민, 하민, 허민)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합니다.


    2) 어휘 해설

    성님, 누게산디 ᄒᆞᆫ베에 애길 싀 성제썩이나

    ⬛ 성님: 성 + 님. (해석: 형님. 문장에서는 ‘언니’를 뜻함.)
      ⬥ 성: <명사> 형(兄).
      * (반대말) 아시: <명사> 아우. (고어: 아ᅀᆞ)

      ⬥ 님: <의존명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씨’보다 높임의 뜻.

    ⬛ 할망: <명사> 할머니. (반대말: 하르방.)
    ⬛ 누게산디: 누게 + -산디. (해석: 누구인지.)

      ⬥ 누게: <대명사> 누구. (= 누구, 누긔)

      ⬥ -산디: <어미> -인지. 체언 또는 서술격 조사 뒤에 붙어서, 막연한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또는 연결어미.
    ⬛ ᄒᆞᆫ베에: ᄒᆞᆫ베 + -에. (해석: 한배에.)

      ⬥ ᄒᆞᆫ베: <명사> 한배. 어미의 한 태(胎)에서 남. 또는 그런 새끼.

      ⬥ -에: <조사> -에. 체언의 뒤에 붙어, 앞의 체언이 기준 되는 대상이나 단위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 애길: 애기 + ㄹ. (해석: 아기를.)

      ⬥ 애기: <명사> 아기.

      ⬥ ㄹ: -를. 받침 없는 체언에 붙는 목적격 조사 ‘를’의 준말.

    ⬛ 싀 성제썩이나: 싀 + 성제 + 썩 + 이나. (해석: 삼 형제씩이나, 문장에서는 ‘세쌍둥이’라서 놀라는 것을 뜻함.)

      ⬥싀: <수량관형사> 세, 3.

      ⬥성제: <명사> 형제(兄弟).

      ⬥ 썩: <접미사> 씩. 수량이나 크기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그러한 수량이나 크기로 나눈 단위’의 뜻을 더하는 말.

      ⬥ 이나: <조사>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있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수량이 크거나 많음, 혹은 정도가 높음을 강조하는 보조사.


    봉갓덴 ᄒᆞᆫ 소문 들읍디강?

    ⬛ 봉갓덴: 봉그(‘봉그다’의 어간) + -앗덴. (해석: ‘주웠다’는 뜻이나, 문장에서는 ‘아기를 낳았다’라는 뜻으로 쓰임.)

      ⬥봉그다: <동사> 비용이나 노력을 들임이 없이 뜻하지 않은 물건을 거저 줍다.
      * (예문) 길 걷단 돈 봉갓저. ➔ 해석: 길을 걷다가 돈을 주웠다.

      ⬥-앗덴: <어미> -았다고. 양성모음의 동사 어간에 붙어서, 그 동작이나 상태의 완료를 나타내는 ‘-앗다’의 변형 ‘앗데’에, 뒤의 동작이 이미 지난 일

    인 경우에 쓰이는 ‘-ㄴ’이 결합되어서, 다음에 오는 ‘ᄒᆞ다ㆍ말ᄒᆞ다’ 등에 이어지는 연결어미

    ⬛ ᄒᆞᆫ: ᄒᆞ다 + -ㄴ. (해석: 한.)

      ⬥ ᄒᆞ다: <동사> 하다(爲). (고어: ᄒᆞ다.)

      ⬥ -ㄴ: <어미> -ㄴ. 동사의 어간에 붙어서 과거의 사실을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

    ⬛ 소문: 소문 + (을). (해석: 소문을, 문장에서는 <조사> ‘을’이 생략됨.)

      ⬥ 소문: <명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
      ⬥을: <조사> 받침 있는 체언 뒤에 붙어, 동작이 미치는 직접적인 대상(목적어)임을 나타내는 목적격 조사.

    ⬛ 들읍디강: 들(‘듣다’의 어간) + -ㅂ디강. (해석: 들었습니까?)

      ⬥ 들-: <동사> ‘듣다’의 어간. (귀로 소리를 느끼거나 소식을 전해 듣다. ‘ㄷ 불규칙’ 활용으로 모음 앞에서 ‘들-‘로 바뀜.)

      ⬥-ㅂ디강: <어미> -ㅂ니까. 용언 어간 뒤에 붙어 상대방에게 공손하게 묻는 의문형 종결어미. (받침 있는 어간 뒤에서는 매개모음 ‘으’가 붙어 ‘-읍디강’으로 실현됨.) (= –ㅂ디까, -ㅂ데까.)
      * (예문) 어떵 밥은 먹읍디강? ➔ 해석: 어떻게 밥은 먹었습니까?


    요 ᄒᆞ를날 우녁집 말젯년이

    ⬛ 요 ᄒᆞ를날: 요 + ᄒᆞ를날. (해석: 요 하룻날, 요 며칠 전.)

      ⬥ 요: <관형사> 요. ‘이’를 낮잡아 이르거나 귀엽게 이르는 말. (반의어: 저.)

      ⬥ ᄒᆞ를날 <명사> 하룻날. (= ᄒᆞ루날, ᄒᆞ르날.) (고어: ᄒᆞᄅᆞᆺ날.)

      * (참고) ᄒᆞ를: <명사> 하루. (= ᄒᆞ루, ᄒᆞ르.) (고어: ᄒᆞᄅᆞ.)

    ⬛ 우녁집: <명사> 한 집의 위쪽 울타리 밖에 있는 집. (= 웃녁집, 웃녁칩.) (문장에서는 ‘우녁집의’에서 <조사> ‘의’가 생략된 형태임.)

      * (반의어) 알녁집: <명사> 한 집의 아래쪽 울타리 밖에 있는 집. (= 알녁칩.)

    ⬛ 말젯년이: 말젯- + 년 + 이. (해석: 셋째딸이.)

      ⬥ 말젯-: <접두사> 셋째. (= 말잣.)

      ⬥ 년: <명사> 년. 여성을 낮잡아 일컫는 말.

      ⬥ 이: <조사> 이. 받침 있는 체언에 붙는 주격 조사.

      * (참고) 큰아ᄃᆞᆯ = 첫째 아들, 셋ᄄᆞᆯ = 둘째 딸, 말젯ᄄᆞᆯ = 셋째 딸, 족은말젯아ᄃᆞᆯ = 넷째 아들.

    자락자락 낫덴 ᄒᆞ연 엄부렁ᄒᆞ게 소문나신디,

    ⬛ 자락자락: <부사> 주렁주렁. 과일이나 열매 따위가 많이 달린 모양. (문장에서는 ‘아이를 줄줄이 연달아 낳은 모습’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 쓰임.)

      * (예문) 보난 감낭에 감이 자락자락 ᄋᆢᆯ아서라. ➔ 해석: 보니까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더라.

      * (참고) ᄋᆢᆯ다: <동사> (과일 등이) 열다. 열매가 맺히다. 발음은 ‘욜다’임.

    ⬛ 낫덴 ᄒᆞ연: 나 + -앗- + -덴 + ᄒᆞ- + -연. (해석: 낳았다고 하여, 낳았다고 해서.)

      ⬥ 나-: <동사> ‘낳다(출산하다)’의 어간.
      ⬥ -앗- <선어말어미> -았-. 양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그 동작이나 상태의 끝남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덴: <어미> -다고. 용언 어간 뒤의 시제·상태 어미와 결합한 형태인 ‘-데’에, 뒤의 동작이 이미 지난 일인 경우에 쓰이는 ‘-ㄴ’이 결합되어, 다음에 오는 ‘ᄒᆞ다 · 말ᄒᆞ다’ 등에 이어지는 간접인용 연결어미.
      * (예문) 그건 큰 돈이 못뒈우덴 ᄒᆞ니. ➔ 해석: 큰 돈이 못됩니다고 하니.

      ⬥ ᄒᆞ: <동사> ‘하다’의 어간.

      ⬥ -연: <어미> -여서. ‘ᄒᆞ다’ 동사 어간에 붙어 뒤에 오는 동작·상태의 근거·이유·원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엄부렁ᄒᆞ게: 엄부렁ᄒᆞ + -게. (해석: 엄청나게.)

      ⬥ 엄부렁ᄒᆞ다: <형용사> 크고 많다.

      ⬥ -게: <어미> -게. 용언의 어간에 붙어서, 그 아래에 오는 용언의 내용이나 정도를 제한하는 뜻을 나타내는 부사형 전성어미.

    ⬛ 소문나신디: 소문나- + -시- +ㄴ디. (해석: 소문이 났는데 소문이 퍼졌는데.)

      ⬥ 소문나-: <동사> ‘소문나다’, ‘소문이 퍼지다.’의 어간.
      ⬥ -시-: <선어말어미> -았-/-었-. 용언 어간에 붙어 동작의 완료나 과거의 상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받침 없는 동사 어간 뒤에서 연결어미 ‘-ㄴ디’와 결합하여 ‘-신디’를 이룸.)

      * (용례) 가신디(갔는데), 와신디(왔는데), 소문나신디(소문이 났는데).

      ⬥ -ㄴ디: <어미> 받침 없는 동사 어간에 붙어서, ‘무엇을 하였는데’의 ‘-였는데’란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게난 아신 아직꺼정 못 들어샤?

    ⬛ 게난: <부사> 그러니, 그러니까. (= 게니.)

    ⬛ 아신: 아시 + ㄴ. (해석: 동생은.)

      ⬥ 아시: <명사> 아우. (반의어: 형.)

      ⬥ ㄴ: <조사> ㄴ. 받침 없는 체언에 붙어서 그것을 지정하여 제시하거나 그것이 다른 것과 같지 않다거나 하는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

    ⬛ 아직꺼정: 아직 + 꺼정. (해석: 아직까지.)

      ⬥ 아직: <부사> 아직. 어떤 일이나 상태 또는 어떻게 되기까지 시간이 더 지나야 함을 나타내거나, 어떤 일이나 상태가 끝나지 아니하고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 꺼정: <조사> 까지. (= ᄁᆞ지.)

    ⬛ 못 들어샤: 못 + 들(듣-) + -어샤. (또는 과거형 어미 ‘-엇샤’의 축약/탈락) (해석: 못 들었나?)

      ⬥ 못: <부사>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듣: <동사> ‘듣다’의 어간.

      ⬥ -어샤: <어미> -어 있냐. 음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해라’ 할 자리에서 그 동작이 끝나 있느냐고 묻는 뜻을 나타내는 의문법 어미.


    싀 성제 키우젠 ᄒᆞ민 고생이사 ᄒᆞ겟주마는, 잘도 지꺼지키여.

    키우젠: 키우 + -젠. (해석: 키우려고.)

      ⬥ 키우: <동사> ‘키우다’의 어간.

      ⬥ -젠: <어미> -려고. 용언 어간에 붙어서, 하고자 하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 ‘저’의 변형 ‘-제’에, 뒤의 동작이 이미 지난 일인 경우에 쓰이는 ‘-ㄴ’이

    연결되어서, 다음에 오는 ‘ᄒᆞ다ㆍ말ᄒᆞ다’ 등에 이어지는 연결어미.

    ⬛ ᄒᆞ민: ᄒᆞ + -민. (해석: 하면.)

      ⬥ ᄒᆞ: <동사> ‘하다’의 어간.

      ⬥ -민: <어미> -면.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어서, 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고생이사: 고생 + 이사. (해석: 고생이야.)

      ⬥ 고생: <명사> 어렵고 고된 일을 겪음. 또는 그런 일이나 생활.

      ⬥ 이사: <조사> 이야.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그에만 한정되거나 또는 강조하는 뜻을 나타낼 때 쓰이는 격조사.

    ⬛ ᄒᆞ겟주마는: ᄒᆞ + -겟- + -주마는. (해석: 하겠지마는.)

      ⬥ ᄒᆞ: <동사> ‘하다’의 어간.
      ⬥ -겟-: <선어말> -겠-. 용언 어간이나 체언에 붙어서, 화자의 ‘의도ㆍ추측’ 또는 ‘가능’ 등의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주마는 어미 -지마는. 체언이나 용언 어간 또는 용언에 붙은 ‘-암-ㆍ-엄ㆍ-염-ㆍ-람-’이나 ‘-앗-ㆍ-엇-ㆍ엿-ㆍ-랏-’ 등에 연결되어서, 그 말을 시인하면서 다음 말에서 의문이나 불가능 또는 어긋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잘도: 잘 + 도. (해석: 매우.)

      ⬥ 잘: <부사> 아주, 꽤, 많이. (정도가 많음을 나타냄.)

      ⬥ 도: <조사> 도. 강조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

    ⬛ 지꺼지키여: 지꺼지 + -키여. (기쁘겠어.)

      ⬥ 지꺼지: <형용사> ‘지꺼지다’의 어간.

      ⬥ -키여: <어미> -겠다ㆍ-겠어. ① 용언 어간에 붙어서, ‘해라’ 할 자리에서 그 사실에 대한 화자의 의도ㆍ추측을 단정하여 나타내는 종결어미.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예문, 어떠셨나요?

    “ᄒᆞᆫ배에 애길 싀 성제썩이나 봉갓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문을 확인하는 모습에서, 온 동네가 한 가족처럼 기쁨을 나누던 옛 제주의 끈끈한 ‘괸당 문화’와 이웃 간의 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옛 제주에서는 이웃의 출산과 경사에 미역 한 뭇(미역을 세는 단위), 쌀 한 되라도 보태며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습니다.

    점점 이웃 간의 왕래가 뜸해지고 삭막해지기 쉬운 요즘, 주변의 반가운 소식에 진심 어린 축하 한마디를 건네며 훈훈한 온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주어 속에는 늘 이렇듯 정겨운 사람과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다음 제6회에서도 더욱 알차고 생생한 토박이 제주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제주어의 가치와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제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제8회> 글 “고대어의 원형을 품은 ‘제주어(濟州語)’, 소멸 위기에 처하다” 편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우리말 샘(우리말 사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국어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제3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 길을 가리켜 줄 때

    제주도 시골 돌담 올레길에서 밀짚모자를 쓴 토박이 어르신이 배낭을 멘 여행자에게 오름과 언덕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제주어로 길을 안내해 주는 일러스트

    (그림: ai 생성)


    지난 2회의 글에서는 ‘제주어’로 길을 물어 보는 말을 배웠습니다.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올레길을 걷다가 만난 어르신이 길을 가리켜 주는 때의 말을 준비했습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 
    <길을 가리켜 줄 때>

    이 질 ᄄᆞ랑 구짝 감시민 웬착에 보여마씸.

    고짝 앞더레 가당근에.
    처엄 보이는 시커리서 오른착더레 갑서.

    저착에 보이는 엉덕 넘엉
    ᄒᆞ쏠만 더 감시민 웬착에 잇수다.
     
    저 앞의 보이는 오름 앞의서는
    바로 웬짝에 바레여질 거우다.
    번 역<길을 가리켜 줄 때>
     
    이 길 따라서 곧장 가시면 왼쪽에 보입니다.

    곧장 앞으로 가다가,
    처음 보이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십시오.

    저쪽에 보이는 언덕을 넘어서,
    조금만 더 가시면 왼쪽에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오름 앞에서는
    바로 왼쪽에 보일 겁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 ᄄᆞ랑 (또랑, 따랑, 떠랑)
    ⬛ ᄒᆞ쏠 (호쏠, 하쏠, 허쏠)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합니다.


    2) 어휘 해설

    이 질 ᄄᆞ랑 구짝 감시민 웬착에 보여마씸.

    ⬛ 이: <대명사> 이.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 질: <명사> 길. (= 질레.)

    ⬛ ᄄᆞ랑: ᄄᆞ르다 + -랑. (해석: 따라서.)
      ⬥ ᄄᆞ르다: <동사> 따르다. (= ᄄᆞᆯ로다. ᄄᆞᆯ르다.)
      ⬥ -랑: <어미> -라서. ‘르다ㆍ오르다’ 등 제1음절이 양성모음으로 된 ‘르변칙’ 용언 어간에 붙어서, 뒤에 하는 동작의 까닭이나 전제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구짝: <부사>① 곧장. 옆으로 빠지지 않고. ② 곧게. 굽거나 비뚤어지지 않고 똑바르게. 곧바로. (= 고짝, 곧작, 과짝, 구짱, 굳작.)
    ⬛ 감시민: 가다 + -암시민. (해석: 가고 있으면.)
      ⬥ 가다: <동사> 가다.
      ⬥ -암시민: <어미> -고 있으면. 양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동작을 가정하여 나타내는 연결어미.
    ⬛ 웬착에: 웬착 + 에. (해석: 왼쪽에.)

      ⬥ 웬착: <명사> 왼쪽 (=웬짝, 웬쪽.)
      ⬥ 참고: <부사> 왼편.
      ⬥ 에: <조사>에. 고정된 공간적 처소나 시간적 위치를 나타내는 격조사.
    ⬛ 보여마씸: 보이다 + -여 + 마씸. (해석: 보입니다.)

      ⬥ 보이다: <동사> 보이다.

      ⬥ -여: <어미> -다. 받침 없는 체언이나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에 연결되어서, 그 사실을 단정하여 나타내는 종결어미.

      ⬥ 마씸: <첨사> 서술어미 뒤에 덧붙여 존대를 나타내는 첨사. (= 마씀, 마슴, 마시, 마심, 마씨).

    고짝 앞더레 가당근에.

    ⬛ 고짝: <부사> ① 곧장. 옆으로 빠지지 않고. ② 곧게. 굽거나 비뚤어지지 않고 똑바르게. 곧바로. (= 구짝, 곧작, 과짝, 구짱, 굳작.)
    ⬛ 앞더레: 앞 + 더레. (해석: 앞으로.)
      ⬥ 앞: <명사> 앞. (※ 고어: 앒.)

      ⬥ -더레: <조사> 으로.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행동이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격조사.
      * (예문) 그 곳더레 가민 사름 잇수다. (해석: 그 곳으로 가면 사람이 있습니다.)
    ⬛ 가당근에: 가다 + -당 + -ㅇ근에. (해석: 가다가, 가서는.)
      ⬥ 가다: <동사> 가다.
      ⬥ -당: <어미> -다가. 앞의 동작이 다음 동작으로 옮겨짐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ㅇ근에: <어미> -어서, -아서. 둘 이상의 동작을 순차적으로 연결하여 앞선 동작 후 다음 동작을 행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그네.)


    처엄 보이는 시커리서 오른착더레 갑서.

    ⬛ 처엄: <명사, 부사> 처음. (= 처음, 체얌, 초담.) (※ 고어: 처ᅀᅥᆷ.)

      * (예문) 처엄엔 무지 어려워마씸. (해석: 처음엔 무척 어렵습니다.)
    ⬛ 시커리서: 시커리 + 서. (해석: 세거리에서, 삼거리에서)

      ⬥ 시커리: <명사> 세거리, 삼거리. (= 시커림, 세커림,)

      ※ (참고) 시커리질: <명사> 세거리길, 삼거리길

      ⬥ 서: <조사>에서. ① 받침 없는 체언에 붙어서, 사물이 움직이고 있는 곳을 나타내는 처소격 조사. ② 받침 없는 명사나 대명사에 붙어서 움직임의 출발점을 나타내는 유래격 조사.

    ⬛ 오른착더레: 오른착 + -더레. (해석: 오른쪽으로.)
      ⬥ 오른착: <명사> 오른쪽. (= 오른짝, 오른쪽, 오른펜, ᄂᆞ단착, ᄂᆞ단짝, ᄂᆞ단쪽, ᄂᆞ단펜.)
      ※ (참고) 오른착손 (뜻: 오른쪽손), 웬착팔 (뜻: 왼쪽팔).

      ⬥ -더레: <조사> 으로.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행동이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격조사.
    ⬛ 갑서: 가다 + -ㅂ서.
      ⬥ 가다: <동사> 가다.
      ⬥ -ㅂ서: <어미> -ㅂ쇼. ‘합쇼’ 할 자리에서 모음으로 끝난 동사 어간이나 일부 어미 뒤에 붙어, 그 행동하기를 바라는 대자존대(對者尊待)의 명령법 어미.

      * (예문) 그 일은 이렇게 처리합서. ➔ 해석: 그 일은 이렇게 처리하십시오.


    저착에 보이는 엉덕 넘엉

    ⬛ 저착에: 저 + 착 + 에. (해석: 저쪽에.)

      ⬥ 저: <대명사> 저. 말하는 이와 듣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 착: <명사> 쪽. 방향을 가리키는 말. (= 쪽, 펜.)
      * (예문) 이착은 웬착 저착은 오른착. ➔ 해석: 이쪽은 왼쪽, 저쪽은 오른쪽.

      ⬥ 에: <조사>에. 고정된 공간적 처소나 시간적 위치를 나타내는 격조사.
    ⬛ 엉덕: <명사> 언덕.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 (문장에서는 ‘언덕을’에서 <조사> ‘을’이 생략된 형태임)
    ⬛ 넘엉: 넘다 + -엉. (해석: 넘어서.)

      ⬥ 넘다: <동사> 낮은 데서 공간이나 물건의 위를 지나 다른 낮은 데로 가다.

      ⬥ -엉: <어미> -어서. 두 동작을 말할 때, 앞에 나오는 음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나중의 동작의 근거ㆍ이유ㆍ원인이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ᄒᆞ쏠만 더 감시민 웬착에 잇수다.

    ⬛ ᄒᆞ쏠만: <부사> 아주 조금만 (= ᄒᆞ꼼만)
    ⬛ 더: <부사> 더. 계속하여. 또는 그 위에 보태어.

    ⬛ 감시민: 가다 + -암시민. (해석: 가고 있으면.) (앞의 설명 참조.)

    ⬛ 웬착에: 웬착 + 에. (해석: 왼쪽에.)
    ⬛ 잇수다: 잇다 + -우다. (해석: 있습니다.)

      ⬥ 잇다: <형용사> 있다. 사람, 동물, 물체 따위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이다. (= 싯다.)

      ⬥ -우다: <어미> -ㅂ니다. 받침 없는 체언이나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에 붙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ㅂ니다’의 뜻으로 쓰이는 종결어미. (정중하게 높여서 말할 때 쓰는 존대어.)
      * (예문) 그림이우다 = 그림이다 + -우다 (뜻: 그림입니다.)
      * (예문) 만났수다 = 만나다 + -아ㅅ- + -우다 (뜻: 만났습니다.)


    저 앞의 보이는 오름 앞의서는

    ⬛ 저: <대명사> 저. 말하는 이와 듣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 앞의: 앞 + 의. (해석: 앞에.)
      ⬥ 앞: <명사> 앞. (※ 고어: 앒.)
      ⬥ 의: <조사> 에. ‘집ㆍ바당ㆍ앞ㆍ옆ㆍ밤ㆍ낮’ 등의 명사에 붙는 처소격 조사.

      * (예문) 저 집의 불 낫저.  해석: 저 집에 불이 났다.
    ⬛ 오름: <명사> 한 번의 분화(噴火) 활동으로 봉긋봉긋 솟아오른 화산. (= 오롬.)

    ⬛ 앞의서는: 앞 + 의서는. (해석: 앞에서는.)

      ⬥ 의서는: <조사> 에서는. 처소격 ‘에서’에, 사물을 제시하여 지정하는 ‘는’이 결합된 격조사 ‘에서는’의 변이형태로, ‘집ㆍ바당ㆍ낮ㆍ밤’ 등 명사에 연결되어 쓰이는 격조사.


    바로 웬짝에 바레여질 거우다.

    ⬛ 바로: <부사> 바로. 공간이나 거리의 틈이 없이 아주 가까이 잇대어 있음을 나타내거나, 다름 아닌 특정 방향·위치를 강조하는 말.

    ⬛ 웬짝에: 웬짝 + 에. (해석: 왼쪽에.)

    ⬛ 바레여질 거우다: 바레여보다 + -어지다 + -ㄹ 거우다. (해석: 보일 겁니다.)
      ⬥ 바레여보다: <동사> 바라보다. (= 바레보다.)
      ⬥ -어지다: <보조동사> 동사 뒤에 붙어 피동(바라보이다/보이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

      ⬥ -ㄹ 거우다: <어미> -ㄹ 겁니다. 용언 어간에 연결되는 화자의 추측이나 상대방의 의도를 나타내는 종결어미.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예문, 어떠셨나요?

    오늘은 제주의 올레길을 걷다가 만난 어르신이 길을 가리켜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주에 오신다면, 제주의 올레길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정겨운 제주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걷다가 만난 사람이 제주어로 가리켜 주는 길 안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계속하여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와 함께 제주어를 익혀 보시면 이런 추억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① 제주의 전통 문화를 찾아서 찐 토박이의 시선으로 풀어 보는 [제주 이야기]
    ② [찐 토박이의 제주어]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우리말 샘(우리말 사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국어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제2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 길을 물어볼 때에

    제주도 해안 돌담이 있는 올레길에서 현지 어르신이 여행자에게 손을 뻗어 길을 가리켜 주는 모습

    (그림: ai 생성)


    지난 1회의 글에서 배운 ‘제주어’ 인사말 어떠셨나요? 표준어와는 너무나 달라서 외국어보다 어렵진 않았나요?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바닷가 올레길을 걷다가 만난 이에게 길을 물어보는 때의 말을 준비했습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 <길을 가다가 물어볼 때에>

    양! 삼춘!

    ᄒᆞ꼼 여쭈어보쿠다
    ᄒᆞᆫ곡지 여쭤보쿠다.
    뭐 ᄒᆞ꼼 물어보쿠다.  

    뭐 ᄒᆞ꼼 여쭤봐도 되쿠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되쿠강?
    ᄒᆞ꼼 여쭤봐도 되카마씸?
    ᄒᆞᆫ곡지 물어봐도 되카마씸?  

    질 좀 ᄀᆞᆯ아 줍서.
    질 좀 ᄀᆞ리쳐 줍서.

    <대답에 감사 인사드릴 때>  
    고맙수다.
    하영 고맙수다.
    무지 감사하우다.
    번 역<길을 가다가 물어볼 때에>

    저기요! 삼촌(할머니/아주머니)!

    조금 여쭈어보겠습니다.
    한마디 여쭈어보겠습니다.
    뭐 조금 물어보겠습니다.  

    뭐 조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조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마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길 좀 말해 주십시오.
    길 좀 가리켜 주십시오.  

    <대답에 감사 인사드릴 때>

    고맙습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무척 감사합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ᄒᆞ꼼 (호꼼, 하꼼, 허꼼)
    ᄒᆞᆫ곡지 (혼곡지, 한곡지)
    ᄀᆞᆯ아 (골아)
    ᄀᆞ리쳐 (고리쳐, 가리쳐, 거리쳐)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합니다.


    2) 어휘 해설

    <양! 삼춘!>
    (해석: 저기요/여보세요! 할머니/아주머니!)

    ⬛ 양: <감탄사> 예. 존대할 자리에 재차 묻는 말.

      ⬥ 어른이 아이를 부르거나 같은 또래끼리 서로 부를 때의 ‘야’에 해당하는 존대말.  

      ⬥ 참고: 문장에서는 ‘저기요’, ‘여보세요’, ‘잠깐만요’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음.

      * 예문: 양~!, ᄒᆞ꼼만 기다려 줍서. ➔ 해석: 저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삼춘: 삼촌 (해석: 이 문장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처음 만나서 존대를 하는 뜻으로 쓰임)
      ⬥ 삼춘: <명사> 삼촌. 부모의 형제. (참고: 제주에서는 자기의 부모 또래의 어른들에게 ‘삼춘’ 또는 ‘삼촌’이라고 다정한 의미로 부름).

    <ᄒᆞ꼼 여쭈어보쿠다>
    (해석: 조금만 여쭈어보겠습니다)

    ⬛ ᄒᆞ꼼:<부사> 아주 자그만큼. (= ᄒᆞᄊᆞᆯ)
      ⬥ ᄒᆞ꼼만: <부사> 아주 조금만 (= ᄒᆞ쏠)

      ⬥ ᄒᆞ꼼썩: <부사> 아주 조금씩 (= ᄒᆞ꼼식, ᄒᆞᄊᆞᆯ썩, ᄒᆞᄊᆞᆯ씩)
      ⬥ ᄒᆞ꼼ᄒᆞ민: <부사> ① 그저 약간하면, ② 무슨 일이 조금만 있으면. (=ᄒᆞᄊᆞᆯᄒᆞ민)
      ⬥ ᄒᆞ끌락ᄒᆞ다: <형용사> 아주 작다.

    ⬛ 여쭈어보쿠다: 여쭈어보다 + -쿠다. ➔ 해석: 여쭈어보겠다 (‘물어보겠다’의 높임말.)

      ⬥ -쿠다: <어미> -겠습니다. 용언 어간이나 또는 어간에 연결되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화자의 의도ㆍ추측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 예문: 학교에 가쿠다. ➔ 해석: 학교에 가겠습니다.

     

    <ᄒᆞᆫ곡지 여쭈어보쿠다.>
    (해석: 한마디 여쭈어보겠습니다.)

    ⬛ ᄒᆞᆫ곡지: <명사> 말(言) 등의 한마디.

    <뭐 ᄒᆞ꼼 물어보쿠다> (뭐 좀 물어보겠습니다)

    ⬛ 뭐: <대명사> ‘무어’의 준말.

    ⬛ ᄒᆞ꼼:<부사>아주 자그만큼. (= ᄒᆞᄊᆞᆯ) (※ 앞의 설명 참조) 

    ⬛ 물어보쿠다: 물어보다 + -쿠다. (해석: 물어보겠습니다)

    <뭐 ᄒᆞ꼼 여쭤봐도 되쿠가?>
    (해석: 뭐 조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 하나 물어봐도 되쿠강?>
    (해석: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뭐: <대명사> ‘무어’의 준말.

    ⬛ ᄒᆞ꼼:<부사>아주 자그만큼. (= ᄒᆞᄊᆞᆯ) (※ 앞의 설명 참조)
    ⬛ 여쭤봐도: 여쭈어보아도. (‘물어보아도’의 존대말)

    ⬛ 되쿠가?: 되(다) + -쿠가. (해석: 되겠습니까?)

      ⬥ -쿠가: <어미> -겠습니까. ‘합쇼’ 할 자리에서 용언 어간이나 일부 어미 뒤에 붙어, 상대방의 의도나 추측을 묻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 -쿠강, -쿠과.)
    ⬛ 하나: 한가지. 한마디
    ⬛ 물어봐도: 물어보아도.

    ⬛ 되쿠강?: = 되쿠가? = 되쿠과?


    <ᄒᆞ꼼 여쭤봐도 되카마씸?>
    (해석: 조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ᄒᆞᆫ곡지 물어봐도 되카마씸?>
    (해석: 한마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되카마씸: ① 되다 + -카 + -마씸 ② 되다 + -카마씸 (해석: 되겠습니까?, 될까요?)
      ⬥ 되다: <동사>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가능하게 되다. 또는 허용되다.
      ⬥ -카: <어미> -ㄹ까. 받침 없는 용언 어간이나 어미 뒤에 붙어서, ‘하게’ 할 자리에서 상대방의 의도나 추측을 묻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어간이나 어미에 연결되기에 따라서 ① 미래·추측·의문, ②진행. ③완료, ④의도 등을 나타냄.
      ⬥ -카마씸: <어미>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그 의도ㆍ추측을 묻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
      * 예문: 우리 좀 쉬카마씸? ➔ 해석: 우리 좀 쉴까요?
      ⬥ 마씸: <접미사> 서술어미 뒤에 덧붙여 존대를 나타내는 첨사. (= 마씀, 마슴, 마시, 마심, 마씨)


    <질 좀 ᄀᆞᆯ아 줍서>
    (해석: 길 좀 말해 주십시오)

    <질 좀 ᄀᆞ리쳐 줍서>
    (해석: 길 좀 가리켜 주십시오)

    ⬛ 질: <명사> 길(路). (=질레)
      * 예문: 질이(= 질레가) 좁구나. ➔ 해석: 길이 좁구나.
    ⬛ ᄀᆞᆯ아 줍서: ᄀᆞᆯ아 주다 + -ㅂ서 (해석: 말해주십시오)

      ⬥ ᄀᆞᆯ아 주다: 말해 주다.

      ⬥ ᄀᆞᆯ다: <동사> 말하다. (= ᄀᆞᆮ다)

      * 예문: 아멩 ᄀᆞᆯ아줘도 ᄒᆞᆷ치 모를 거여. ➔ 해석: 아무리 말해줘도 전혀 모를 거야.
      * 예문: ᄀᆞᆮ단 보난 내가 지첨쩌. ➔ 해석: 말하다 보니 내가 지치네.

      ⬥ -ㅂ서: <어미> -ㅂ쇼. ‘합쇼’ 할 자리에서 모음으로 끝난 동사 어간이나 일부 어미 뒤에 붙어, 그 행동하기를 바라는 대자존대(對者尊待)의 명령법 어미.

      * 예문: 그 일은 이렇게 처리합서. ➔ 해석: 그 일은 이렇게 처리하십시오.
    ⬛ ᄀᆞ리쳐 줍서: ᄀᆞ리치다 + -어 + 주다 + -ㅂ서. (ᄀᆞ리쳐주다 + -ㅂ서)
    ⬛ ᄀᆞ리치다: <동사> 가리키다.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다.


    <고맙수다>
    (해석: 고맙습니다)

    ⬛ 고맙수다: 고맙(다) + -아ㅅ- + -우다 (뜻: 고맙습니다.)
      ⬥ 고맙다: <형용사> 고맙다.

      ⬥ -아ㅅ-: <선어말> -아 있-. 양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그 ‘동작이 끝나 있음’ 또는 그 ‘상태가 되어 있음’이란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아시-)

      ⬥ -우다: <어미> -ㅂ니다. 받침 없는 체언이나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에 붙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ㅂ니다’의 뜻으로 쓰이는 종결어미. (정중하게 높여서 말할 때 쓰는 존대어.)
      * 예: 그림이우다 = 그림이다 + -우다 (뜻: 그림입니다.)
      * 예: 만났수다 = 만나다 + -아ㅅ- + -우다 (뜻: 만났습니다.)


    <하영 고맙수다>
    (해석: 많이 고맙습니다)

    <무지 감사하우다>
    해석: (무척 감사합니다)

    ⬛ 하영: <부사> 많이(多). (= 만히)
      * 예문: 밥 하영 먹으라. ➔ 해석: 밥 많이 먹어라.
      * 참고: ‘하영’의 반대말은 ‘ᄒᆞ꼼, ᄒᆞ쏠‘

    ⬛ 무지: <부사> 보통보다 훨씬 정도에 지나치게.

    ⬛ 감사하우다: 감사하다 + -우다. (해석: 감사합니다.)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예문, 어떠셨나요?

    오늘은 제주의 올레길을 걷다가 만난 ‘삼춘’에게 길을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주에 오신다면, 제주의 올레길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정겨운 제주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걷다가 만난 사람에게 오늘 배운 제주어 한마디로 길을 묻는 것은 어떨까요?

    계속하여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와 함께 제주어를 익혀 보시면 이런 추억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① 제주의 전통 문화를 찾아서 찐 토박이의 시선으로 풀어 보는 [제주 이야기]
    ② [찐 토박이의 제주어]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우리말 샘(우리말 사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국어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제1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 처음 만난 사람과의 간단한 인사말

    이 그림은 주황색 귤이 주렁주렁 열린 제주의 바닷가 돌담길에서, 파란 조끼를 입고 가방을 든 정겨운 제주 토박이 어르신과 배낭과 카메라를 메고 데님 셔츠를 입은 청년 여행객이 서로 마주 보며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배경으로는 돌하르방, 먼바다, 그리고 작은 섬이 보입니다.

    (그림: ai)

    오늘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 첫 번째 시간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반갑게 나누는 정겨운 인사말 표현을 알아봅니다.

    흔히 말하길 ‘제주어’는 한국어와 같은 문자를 사용하지만, 표준어와는 어휘와 그에 따른 사용 변화가 너무나 달라서 마치 외국어를 대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표준어에 전혀 없는 어휘들이 무척 많으며, 조사의 생략, 다양한 의성어·의태어와 어미의 다채로운 변화 등이 표준어와 사뭇 다릅니다. 그런 이유로 제주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듯 하나씩 익혀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토박이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찐 토박이의 제주어 배우기]는 제주어를 처음 배우는 분들을 위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일 어느 정도 기초가 있으신 분들은 [찐 토박이의 제주어] 카테고리에서 구수한 제주어의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주어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ㆍ)‘의 음가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행한 ‘제주어사전’에도 원형이 수록되어 있기에, 필자도 원형 그대로 표현하고 그에 맞춰 설명하겠습니다.
    ① 예문은 제주어와 함께 표준어 번역을 싣고,
    ②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은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우리말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및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토대로 작성하겠습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만날 때>

    안녕ᄒᆞ시우꽈?


    만낭 반갑수다.

    만낭 반가운게마씸.

    제 이름은 고길동이우다.
    삼춘 성함은 어떵됨수꽈?
    번 역<만날 때>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고길동입니다.
    삼촌(당신)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안녕ᄒᆞ시우꽈? (안녕호시우까?, 안녕하시우까?, 안녕허시우까?)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합니다.


    2) 어휘 해설

    <안녕ᄒᆞ시우까?, 안녕ᄒᆞ우까?>
    (해석: 안녕하십니까?)

    ■ ‘안녕ᄒᆞ시우까?’에서 ‘ᄒᆞ’에 대한 설명

    ‘ᄒᆞ’는 자음인 ‘ㅎ’과 모음인 ‘ㆍ’의 조합입니다. 제주어 글자에서 흔히 만나는 ‘ㆍ’ 기호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입니다.

    현대의 한국어에서는 사라졌지만, 제주에서는 지금도 일상 대화 속에 이 발음이 아주 자연스럽게 살아있답니다!

    💡 [토박이의 쉽게 따라 하기 팁]

    • ‘ᄒᆞ’의 아래아(ㆍ) 발음은 현대 표기로는 ‘하’, ‘호’, ‘허’의 중간쯤 되는 소리입니다.

    • 제주 토박이들은 입모양을 살짝 오므리며 자연스럽게 발음하지만, 처음 배우시는 분들은 그냥 [안녕하시우꽈?], [안녕호시우꽈?] 또는 [안녕허시우꽈?] 정도로 편하게 읽으셔도 현지에서 100% 통합니다!

    ⬛ 안녕ᄒᆞ시우까?: 안녕ᄒᆞ시다 + -우까 (뜻: 안녕하십니까?)

      * 안녕ᄒᆞ시다: <형용사> 안녕하시다.
    ⬛ -우까: <어미> –ㅂ니까. 용언 어간에 붙어, ‘합쇼’ 할 자리에서 묻는 정중한 의문형 종결어미(존대어).

      * 예: 이거 우리 하르방 꺼 아니우까? (뜻: 이거 우리 할아버지의 것 아닙니까?)

      * 예: 이것이 저것보다 좋지 아니ᄒᆞ우까? (뜻: 이것이 저것보다 좋지 않습니까)
      * 예: 저 분은 누구우까? (뜻: 저 분은 누구십니까?)

    ⬛ ‘-우까’의 다른 발음들: ‘-우까’는 ‘-우가, -우강, -우과, -우깡, -우꽈, -우꽝’으로 발음하기도 함.

      * 예: ‘안녕하시우과?’, ‘안녕하시우깡?’, ‘안녕하시우꽈?’, ‘안녕하시우꽝?’은 모두 맞는 말이며, 실제로 이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발음합니다. 각자 자신이 편한 발음을 하시면 됩니다.


    <만낭 반갑수다. 만낭 반가운게마씸>
    (해석: 만나서 반갑습니다.)

    만낭: 만나다 + -ㅇ (뜻: 만나서)

      * 만나다: <동사>

      * -ㅇ: <어미> -서. 어떤 둘 이상의 동작이나 상태를 말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

      * 예: 우리 저기 강 구경ᄒᆞ카? (뜻: 우리 저기 가서 구경할까?)

    ⬛ 반갑수다: 반갑(다) + -아ㅅ- + -우다 (뜻: 반갑습니다.)

      * -아ㅅ-: <선어말> -아 있-. 양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그 ‘동작이 끝나 있음’ 또는 그 ‘상태가 되어 있음’이란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아시-)

      * -우다: <어미> -ㅂ니다. 받침 없는 체언이나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에 붙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ㅂ니다’의 뜻으로 쓰이는 종결어미. (정중하게 높여서 말할 때 쓰는 존대어.)
      * 예: 그림이우다 = 그림이다 + -우다 (뜻: 그림입니다.)
      * 예: 만났수다 = 만나다 + -아ㅅ- + -우다 (뜻: 만났습니다.)

    ⬛ 반가운게마씸: 반갑다 + -은게/-운게 + 마씸 (뜻: 반갑군요, 반갑습니다.)
      * 반갑다: <형용사>

      * -은게/-운게: <감탄형 어미> 문장 끝에 ‘-은게/-운게’를 붙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강하게 드러내는 감탄 어미로 사용함.
      * 예: ① 많이 속상한게! ➔ “많이 속상하네! / 정말 속상하구나!” (속상한 감정 탄식) ② 정말 억울한게! ➔ “정말 억울하네! / 너무 억울하구나!” (억울함 토로) ③ 반가운게! ➔ “정말 반갑네! / 참 반갑구나!” (반가움 표현)
    ④ 와~ 고운게! ➔ “와~ 곱구나~” (아름다움에 감탄)
      * 마씸: <접미사> 서술어미 뒤에 덧붙여 존대를 나타내는 첨사. (= 마씀, 마슴, 마시, 마심, 마씨).

      * 예: ① 밥 먹언마씸 = 밥(을) 먹다 + -언- + 마씸 (뜻: 밥을 먹었습니다.) ② 잠을 잔마씸 = 잠을 자다 + -안- + 마씸 (뜻: 잠을 잤습니다.)


    <제 이름은 ‘고길동’이우다>
    (해석: 저의 이름은 ‘고길동’입니다)

    ⬛ ‘고길동’이우다: (이름) ‘고길동’이다 + -우다 (뜻: ‘고길동’입니다.)

      * -우다: <어미> -ㅂ니다. 받침 없는 체언이나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또는 용언의 어간에 붙어서, ‘-ㅂ니다’의 뜻으로 쓰이는 종결어미. (존대어)

      * 예: ① 아니우다: 아니다 + -우다 (뜻: 아닙니다.) ② 갓수다: 가다 + -앗- + -우다 (뜻: 갔습니다.) ③ 몰랏수다: 몰르다 + -앗- + -우다 (뜻: 몰랐습니다.)

      * 참고: ‘몰르다’는 <동사> ‘모르다’의 제주어.


    <삼춘 성함은 어떵됨수꽈?>
    (해석: 삼촌/당신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 삼춘: 삼촌 (해석: 이 문장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처음 만나서 존대를 하는 뜻으로 쓰임)
      * 삼춘: <명사> 삼촌. 부모의 형제. (참고: 제주에서는 자기의 부모 또래의 어른들에게 ‘삼춘’ 또는 ‘삼촌’이라고 다정한 의미로 부름).

    ⬛ 어떵됨수꽈: 어떵되다 + -엄ㅅ- + -우꽈/-우까 (어떻게 되십니까.)

      * -엄ㅅ-: <선어말어미> -고 있-. 그 ‘동작을 계속하고 있는’이란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엄시-).

    ⬛ -우꽈: <어미> –ㅂ니까. 형용사의 어간에 붙어서, ‘합쇼’ 할 자리에서 묻는 뜻을 나타내는 의문법 어미 (상대방을 높여 물어볼 때 쓰는 정중한 의문형 존대어.)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예문, 어떠셨나요?

    오늘은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삼춘’이라는 호칭입니다. 표준어의 ‘삼촌’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윗사람에게 친근하게 부를 때 자주 쓰는 정겨운 표현입니다. 여러분도 제주에 방문하셔서 식당에서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을 부르거나 길을 물어보실 때, ‘삼춘’하고 정겹게 불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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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이야기] 『<제1회> 제주어 ‘맨도롱하다’의 진짜 의미와 일상의 온도』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우리말 샘(우리말 사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국어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제4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올레 바깥디 ᄒᆞᆫ어의 강 완 보난 (올레 밖에 잠깐 다녀와 보니)

    (그림: ai 생성)

    지난 3회까지의 글에서 본 ‘제주어’, 어떠셨나요? 표준어와는 너무나 달라서 외국어보다 어렵진 않았나요?

    [찐 토박이의 제주어]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의 ‘연대와 상생’의 의식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웃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크게 화를 내기 보다 자신의 실수를 탓하며 상대방에게 가볍게 주의를 청하는 말을 준비했습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마당에 날레 널엉 나뒁그네
    올레 바깥디 ᄒᆞᆫ어의 강 완 보난,
    삼춘네 쉐가 들언 ᄆᆞᆫ딱 허우대겨 부럼선게마씸.
    거 보난 자락 북부기 뒈싸졌수게.
    나도 멩심ᄒᆞ영 정낭 질러뒁 뎅겨사주마는,
    삼춘도 ᄒᆞ쏠 멩심ᄒᆞ영 쉐 잘 매놔사쿠다.
    번 역마당에 곡식을(말리려고) 널어 두고서
    골목 밖에 잠시 나갔다 와서 보니까,
    아저씨네 소가 와서 몽땅 엉망으로 휘젓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속이 확 뒤집어졌잖아요.
    나도 명심해서 정낭을 꽂아두고 갔어야 했었지만,
    아저씨도 조금 명심해서 소를 잘 매어두어야 되겠어요.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ᄆᆞᆫ딱 (몬딱) ᄒᆞ쏠 (호쏠)
    ᄒᆞ영 (호영, 하영, 허영)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합니다.


    2) 어휘 해설

    마당에 날레 널엉 나뒁그네

    ⬛ 날레: <명사> 볕을 쐬기 위하여 멍석에 널어놓은 곡식. (예문에서는 ‘날레를’에서 <조사> ‘를’이 생략된 형태임).

    ⬛ 널엉: 널어 + -ㅇ. (뜻: 널어서).
      * 널다: <동사> 널다. 볕을 쬐거나 또는 드러내 보이려고 펼쳐 놓다.
      * -ㅇ: <연결어미> 용언 어간이나 어미 뒤에 붙어 앞선 동작이 지나거나 연속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서’의 뜻).

    ⬛ 놔뒁그네: 나두다 + -앙/엉 + -그네. (➔ 놔두어 + -그네 ➔ 나뒁그네).

    (해석: 놔두고 나서, 놓아두어서).

      * 놔두다: <동사> 놓아두다, 놔두다.

      * -그네: <어미> 동작의 완료 후 다음 동작으로 이어짐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하고 나서, -서).
      ⬥ 예문: 나 밥 먹엉그네 곧 가키여. ➔ 번역: 나 밥 먹고 나서 곧 갈께).

    올레 바깥디 ᄒᆞᆫ어의 강 완 보난

    ■ 올레: 올레. (해석: 예문에서는 ‘올레의’에서 <조사> ‘의’가 생략된 것임),

      * 올레: <명사> 큰길에서 집 대문(정낭)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 바깥디: 바깥 + 디. (해석: 바깥에, 밖에).

      * 바깥: <명사> 바깥, 밖.
      * 디: <조사> 부사격 조사 (바깥에/바깥으로). (= 듸),
      ⬥ 예문: 이녁 사는 디 어디라? ➔ 번역: 네가 사는 곳은 어디인가?
    ■ ᄒᆞᆫ어의: <명사> 잠깐 사이.
      ⬥ 예문: ᄌᆞ냑 전에 ᄒᆞᆫ어이 놀당 오쿠다. ➔ 해석: 저녁 전에 잠깐 놀다 오겠습니다). (= ᄒᆞᆫ숨, ᄒᆞᆫ시).
    ■ 강: 가다 + -앙. (뜻: 가서).

      * 가다: <동사> 가다.

      * -앙: <어미> 연결어미 (-해서, -하여).

      ⬥ 예문: 여기 왕 밥 먹으라. 번역: 여기 와서 밥 먹어라.

    ■ 완: 오다 + -아 + -ㄴ. (오아 ➔ 와 ➔ 완) (해석: 와서).

      * 오다: <동사> 오다.

      * -아: <어미> 양성모음 어간에 붙어 부사형을 이루는 어미.

      * -ㄴ: <어미> 용언 뒤에 붙어 앞서 일어난 동작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보난: 보다 + -난. (해석: 보니까, 보니).

      * 보다: <동사> 보다.

      * -난: <어미> 이유나 상태의 확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니까, -고 보니).

    삼춘네 쉐가 들언 ᄆᆞᆫ딱 허우대겨 부럼선게마씸

    ⬛ 삼춘네: 삼춘 + 네. (해석: 삼촌네, 이 문장에서는 ‘이웃집 어른’, 아저씨 또는 아주머니를 뜻함.)
      * 삼춘: <명사> 삼촌. 부모의 형제. (참고: 제주에서는 자기의 부모 또래의 어른들에게 ‘삼춘’ 또는 ‘삼촌’이라고 다정한 의미로 부름).

      * -네: <접미사> 일부 대명사 뒤에 붙어 ‘집안’, ‘무리’, ‘들’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쉐가: 쉐 + -가. (해석: 소가)

      * 쉐: <명사> 소(牛).

      * 가: <조사> 주격 조사.

    ⬛ 들언: 들다 + -언. (해석: 들어가서, 침범해서).

      * 들다: <동사> (남의 밭이나 구역에) 들어가다, 침범하다.

      * -언: <어미> 연결어미. ‘-고’, ‘-하여’, ‘-해서’.
      ⬥ 예문: 밥 먹언 보난 ➔ 해석: 밥을 먹고 보니.
    ⬛ ᄆᆞᆫ딱: <부사> 모두. (= 멘딱, 모도, 모두, 모신딱이, 문짝, ᄆᆞᆫ, ᄆᆞᆫ짝)

    ⬛ 허우대겨 부럼선게마씸: 허우대기다 + -여 + 불다 + -엄ㅅ + -언게(-엉게) + 마씸 (해석: 어지럽게 짓밟아 놓아 버리고 있더라고. 엉망으로 헝클어 놓아 버리고 있더라고요.)
      ※ 참고: ‘부럼선게’는 ‘불엄선게’에서 어간 받침 ‘ㄹ’이 탈락한 구어체 발음 형태임.
      * 허우대기다: <동사> (곡식·풀 등을) 어지럽게 짓밟아 놓다, 짚이나 풀 따위를 헝클어 놓다. (참고: 제주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았으나, 어르신들이 자주 사용하시던 생활 어휘)
      * -여: <어미> ‘ᄒᆞ다’ 동사나 용언 어간 뒤에 붙어 부사형을 만드는 어미.
      * 불다: <동사> (보조동사)-아/어/여 버리다. (앞말의 행동이 이미 끝났거나 이루어진 결과, 말하는 이가 아쉬운 감정이 남았음을 나타냄).
      * -엄ㅅ-: <선어말어미> -고 있-. 그 ‘동작을 계속하고 있는’이란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 엄시-).

      * -언게(-엉게): <어미> -던데. (과거에 사실을 회상하여 그 상대방도 긍정하게끔 나타내는 종결어미. = -엉게).
      * 마씸: <접미사> 서술어미 뒤에 덧붙여 존대를 나타내는 첨사. (= 마씀, 마슴, 마시, 마심, 마씨).

    거 보난 자락 북부기 뒈싸졌수게

    ⬛ 거 보난: 거 보(다) + -난. (해석: 그거 보니까).
      * 거: <대명사> ‘그거’의 준말
      * 보다: <동사> 보다.
      * -난: <어미> -니까. 앞으로 하려는 말에 대하여 원인이 되는 사유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예문: 가젠 하난 ➔ 해석: 가려고 하니까)
    ⬛ 자락: ① <부사> 부쩍, 한껏, 몹시, 크게. (감정이나 상태의 정도가 매우 심함을 나타냄) ② <부사> 갑자기 힘있게 미는 모양.
    ⬛ 북부기: <명사> 허파. (= 부에)

    ⬛ 뒈싸졌수게: 뒈싸지다 + -엿수게. (해석: 뒤집어졌습니다, 뒤틀렸습니다)

      * 뒈싸지다: <동사> ① 뒤집어지다, 뒤틀리다, 몹시 뒤틀려 엉클어지다. (속이나 마음이 몹시 불쾌하거나 뒤집히는 상태) ② 뒤로 자빠지다.

      * -엿수게: <어미> 종결어미. 동작이나 상태가 완료되었음을 긍정하게끔 나타내는 정중한 종결어미 (-였지요, -었습니다).
      ⬥ 참고: ‘부아나다’를 ‘부에나다’ 또는 ‘북부기 뒈싸젓다(‘허파가 뒤집어졌다’의 뜻)고도 함.

    나도 멩심ᄒᆞ영 정낭 질러뒁 뎅겨사주마는

    ■ 나도: 나 + 도. (해석: 나도)

      * 나: <대명사> 나. (1인칭 대명사)

      * 도: <조사> 보조사. (-도)

    ■ 멩심ᄒᆞ영: 멩심ᄒᆞ다 + -영. (해석: 명심해서, 조심해서)

      * 멩심ᄒᆞ다: <동사> 명심하다, 유의하다, 조심하다.

      * -영: <어미> 연결어미. ① -고서. ② -여서.

    ■ 정낭: 정낭을. (문맥상 목적격 조사 ‘을’이 생략)

      * 정낭: <명사> 제주 전통 집 대문 위치에 걸쳐 놓는 나무 막대. 대문을 대신하는 나무 막대.

    ■ 질러뒁: 질르다 + 두다 + -엉, (해석: 가로질러 두고, 걸쳐 놓고).

      * 질르다: <동사> 찌르다. 틈이나 사이에 무엇을 꽂아 넣다. (문장에서는 ‘정낭을 정주석 구멍에 찔러두고서’, ‘정낭을 가로 세워두고서’의 뜻임)
    (막대기 따위를) 가로지르다, 걸쳐 놓다.

      * 두다: <보조용언> (어떤 행동을) 해 두다.

      * -엉: <어미> 연결어미. (-어서, -고서).

    ■ 뎅겨사주마는: 뎅기다 + -어사 + -주마는. (해석: 다녀야 했었지마는).
      * 뎅기다: <동사> 다니다. (= 뎅이다. ᄃᆞ니다, 고ᄃᆞ니다, ᄃᆞᆮ니다.)
      * -어사: <어미> -어야. 앞 절의 일이 뒤 절 일의 조건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 -주마는: <어미> -지마는. 그 말을 시인하면서 다음 말에서 어긋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참고: ‘뎅겨사주마는’ 뒤에 ‘못했지만’이 생략된 형태임. 즉, ‘다녀야 했었는데도 못했지만’의 뜻)

    삼춘도 ᄒᆞ쏠 멩심ᄒᆞ영 쉐 잘 매놔사쿠다

    ■ 삼춘도: 삼춘 + 도. (해석: 삼촌도).

      * 삼춘: <명사> 삼촌.
      * 도: <격조사> 도. 다른 것에 어느 것이나 포함시킴을 뜻하는 격조사.

    ■ ᄒᆞᄊᆞᆯ: <부사> 아주 자그만큼. (= ᄒᆞ꼼)

    ■ 멩심ᄒᆞ영 (앞 해석 참조)  

    ■ 쉐: <명사> 소. (본 문장에서는 ‘소가’에서 <조사> ‘가’ 생략된 형태임).

    ■ 잘: <부사> 잘, 옳고 바르게.

    ■ 매놔사쿠다: 매놓다(매어 놓다) + -어사 + -쿠다. (해석: 매어 놓아야겠습니다.)
      * 매놓다: <동사> ‘매어 놓다’의 축약형.

      * -어사: <어미> -어야. 앞 절의 일이 뒤 절 일의 조건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 -쿠다: <어미> -겠습니다. 화자의 의도ㆍ추측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예문: 이것으로 가져가쿠다. ➔ 해석: 이것으로 가져가겠습니다).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예문, 어떠셨나요?

    오늘은 제주의 올레에서 이웃 어른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시골 마을에서 가끔씩 마주칠 만한 얘기입니다. 잠깐 골목길 밖에 볼 일이 있어서 미처 정낭을 세우지 않고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닥친 난감한 상황, 화가 치밀만한 상황에서도 너그럽고 담담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도 남이 실수로 내 가슴을 후벼 팔 때, 길길이 날뛰며 남을 혼내기보다 너그러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음의 실수가 없도록 당부하며 서로를 보듬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에 나오는 ‘올레’와 ‘정낭’에 대한 내용은 저의 ‘제주 이야기’ <제4회> 글에서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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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이야기] 『<제4회> 닫혀 있으나 신뢰로 열리는 문, 제주의 지혜 ‘정낭’』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제3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해녀는 아기 낳고 사흘이면 물질한다)

    초가집 안 자는 아기, 태왁과 빗창을 들고 바다로 향하는 흰 옷 입은 해녀 뒷모습, 현무암 돌담길 풍경.

    (그림: ai 생성)

    지난 1, 2회 글을 통해 살펴본 ‘제주어’, 어떠셨나요? 표준어와는 사뭇 다른 제주어만의 독특한 결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찐 토박이의 제주어]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제주 여인들, 특히 해녀들의 강인함과 근면성을 나타내는 속담을 예문으로 제시합니다.


    제주의 ‘삼다삼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이 ‘삼다’에 해당하는 ‘돌, 바람, 여자’ 중, ‘여자가 많다’는 ‘여자가 많음을 뜻하는 풍요가 아니라, 남자의 부족함을 의미하는 결핍’의 산물이었습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농업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서 거친 바닷바람과 풍랑 속에서도 바다에서 어로를 해야만 하였고, 조정에 바칠 해산물 채취를 위해 남성들은 목숨을 걸고 무리하게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풍랑에 표류하거나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남성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더욱이 조공을 빌미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물을 요구하는 관리들의 끝없는 수탈에 견디다 못한 제주 남성들이 대거 제주 섬을 탈출하면서 남성의 수는 대폭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남아 있는 여성들이 혼자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남은 여성들은 남자가 부족한 만큼 조공으로 바쳐야만 할 해산물 채취의 책임이 더 커졌기에 한층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여성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과감히 거친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였고, 이 여성들의 ‘연대와 상생’을 바탕으로 한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재에 등록되어 전 세계에 위대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의 ‘제주 이야기’ <제5회> 글에서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문 >
    제주어
    (속담)
    1.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2. ᄌᆞᆷ녜 애긴 사을만에 아기 것 멕인다.
    번 역1. 잠녀는 아기를 낳아 두고 사흘이면 물질하러 바다에 들어간다.
    (해녀의 강인성과 근면성을 나타내는 말)

    2. 잠녀의 아기는 사흘만에 아기의 밥(또는 미음)을 먹인다.
    (해녀는 아기를 낳은 뒤 사흘 만에 젖을 떼고 아기의 밥을 먹이고 일하러 간다는 말)

    출처: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ᄌᆞᆷ녠 (좀녠, 잠녠) ᄌᆞᆷ녜 (좀녜, 잠녜)

    ※ 안내: 박스 안의 어휘는 제주어 옛한글 원형입니다. ( ) 안의 표기는 발음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발음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2) 어휘 해설

    ① 1. ᄌᆞᆷ녠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 ᄌᆞᆷ녠: 해녀는. <명사> ᄌᆞᆷ녜 + <조사> ㄴ = ᄌᆞᆷ녜는
      * ᄌᆞᆷ녜: <명사> 잠녀(潛女), 해녀(海女).   
      * ㄴ: <조사> 받침 없는 단어 뒤에 붙어 ‘~는’의 뜻을 나타냄.
      * ‘ㄴ’의 예: 괴긴(고기는) = 괴기 (고기)+ ㄴ.
    ⬛ 애기: <명사> 아기.
    ⬛ 나: <동사> 낳다. 나-(낳아) + <연결어미> -아 ➔ 나 (어미 ‘-아’가 탈락/축약되어 ‘나’ 형태가 된 것임).
    ⬛ 뒁: 두고서. 두어 + -ㅇ  
      * 두다: <동사> 두다. (두 + 어 ➔ 두어)   
      * -ㅇ: <연결어미> 용언 어간이나 어미 뒤에 붙어 앞선 동작이 지나거나 연속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서’의 뜻).
    ⬛ 사을이민: 사흘이면.
      * 사을: <명사> 사흘 (= 사흘).
      * -이민: <어미> -이면,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가정적 사실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물에 든다: (바닷)물에 들어간다. 물질을 한다.
      * 든다: <동사> 들다 + <어미> -ㄴ다
      * 들다: <동사> 밖에서 속이나 안으로 향해 들어가다.
      * -ㄴ다: <어미> 현재의 동작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 참고: 제주어에서 ‘물’은 맥락에 따라 ‘바다(바닷물)’를 의미하며, ‘물에 든다’는 ‘해녀들이 물질 작업을 한다’를 뜻하는 관용구입니다.


    ② 2. ᄌᆞᆷ녜 애긴 사을만에 아기 것 멕인다.

    ⬛ 애긴: 애기 + ㄴ. (= 애기는 = 아기는).
      * 애기: <명사> 아기.
      * ㄴ: <조사> 받침 없는 단어 뒤에 붙어 ‘~는’의 뜻을 나타냄.
    ⬛ 사을만에: 사흘 만에.
      * 사을: <명사> 사흘 (제주에서는 ‘사흘’도 함께 사용함)
      * 만: <의존명사> (시간이) 경과했음을 나타내는 말. (표준어 ‘만’과 동일)
      * 에: <조사> 고정된 공간적 처소나 시간적 위치를 나타내는 격조사.
      * 참고: 제주어에서 날짜를 세는 말 중 ‘하루, 이틀’은 형태 변화가 없으나, ‘사을, 나을’은 ㅎ이 탈락한 형태와 ‘사흘, 나흘’ 형태가 함께 쓰임.
    ⬛ 아기 것: 아기의 밥 (또는 미음). ‘아기의 것’에서 <속격 조사> ‘의’가 생략된 형태.
      * 아기: <명사> 아기.
      * 것: <명사> 음식, 양식. (※ 사전상 기본 정의는 ‘가축의 먹이’이나, 실생활에서는 사람의 ‘밥’이나 ‘먹을거리’를 뜻할 때도 널리 쓰임.)
    ⬛ 멕인다: 멕이다 + -ㄴ다.
      * 멕이다: <동사> 먹이다. (제주에서는 ‘먹이다’를 그대로 쓰기도 함).
      * -ㄴ다: <어미>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어, 그 행동을 직접 지정하여 나타내는 종결어미. (예: <동사> 보여주다 + -ㄴ다 = 보여준다)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출산 후 단 사흘 만에 갓난아기를 집에 두고 바다로 물질을 나가는 제주 해녀들, 오늘은 제주 속담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해녀들의 강인하고 근면한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속담, 어떠셨나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이 있듯, 남성들의 부재라는 큰 시련 속에서도 제주의 여성들은 굳건히 삶을 일구어 냈습니다.

    만일 독자 분들이 맞고 있는 상황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면, ‘제주 해녀’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강인함을 떠올리며 자신을 추스르는 건 어떨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제주 이야기] 『<제5회> ‘제주 해녀’의 위대한 연대와 상생의 사회학』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제2회 [찐 토박이의 제주어]: 무사 경 멘작멘작ᄒᆞᆫ 멘주기 심엉 ᄆᆞᆫ죽거렴시니? (~올챙이를 잡고 만지작거리니?)

    숲속 냇가 웅덩이서 질척질척하고 미끄러운 진흙 땅에 장화를 신은 어린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올챙이들을 만지며 놀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가방과 텀블러를 곁에 둔 어머니가 다정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안전하고 평평한 풀밭 쪽에서 놀라고 말하고 있는 따뜻한 수채화 풍의 일러스트입니다.

    (그림: ai생성 )


    ‘제주어’는 표준어와 매우 달라서 대강의 의미조차 유추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미의 변화가 다양해서 그 변화의 쓰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미 정확히 알고 있는 어휘들로 구성된 문장마저 뜻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처음 접하면 외국어 못지않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겠지만 본 칼럼에서 드리는 어휘 설명을 읽고 나시면 점점 재미를 느끼며 하나씩 알게 될 것입니다. 힘드시겠지만 당분간 참고 함께 알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접하는 제주어 역시 생소한 어휘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거라 여깁니다. 따라서 독자분들이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제주어를 접하게 되면 지레 겁먹고 흥미를 잃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한편, 왜 제주어를 표준어와는 별개의 독립된 언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느껴보시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찐 토박이의 제주어]가 전하는 오늘의 제주어는 유사한 발음을 반복하며 즐기는 운율 놀이처럼 예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종의 언어유희로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1. 오늘의 제주어: 예문과 표준어 번역

    < 예 문 >
    제주어“늰 무사 경 멘작멘작ᄒᆞᆫ 멘주기
    심엉 ᄆᆞᆫ죽거렴시니?
    경 는착는착ᄒᆞᆫ 디 싯당
    는착ᄒᆞ영 ᄂᆞ려지민 어떵ᄒᆞ젠 햄시니?
    ᄒᆞ커건 호꼼 멘짝ᄒᆞᆫ더레 강 자파리ᄒᆞ라.”
    번 역“너는 왜 그렇게 (부드러워서) 잘라질 듯한 올챙이를
    잡고서 만지작거리고 있니?
    그렇게 미끌미끌한 곳에 있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하려거든 (안전하게) 조금 평평한 데로 가서 놀거라.”

    ※ 안내: 박스 안의 제주어는 옛한글 원형입니다.


    2. 주요 어휘 및 사용법 설명


    1) 주요 어휘의 발음

    ~ᄒᆞᆫ(~한, ~혼, ~헌)⬛ ᄆᆞᆫ죽거렴시니?(몬죽거렴시니?
    ⬛ ~ᄒᆞ영 (~하영, ~호영, ~허영)⬛ ᄂᆞ려지민 (노려지민)
    ⬛ ~ᄒᆞ젠 (~하젠, 호젠, ~허젠)⬛ ᄒᆞ커건 (하커건, 호~, 허~)

    ※ 안내: 제주어 옛한글 원형 어휘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현대 발음을 함께 표기합니다.


    2) 어휘 해설

    늰 무사 경 멘작멘작ᄒᆞᆫ 멘주기 심엉 ᄆᆞᆫ죽거렴시니?

    ⬛ 늰: 너는
      * 늬: <대명사> 너. (= 느)
      * 늰: <대명사> 늬 + <조사> -는 = 너는.

    ⬛ 무사: <부사> 왜. (= 웨)

    ⬛ 경: <부사> 그렇게.
    ⬛ 멘작멘작ᄒᆞᆫ: 멘작멘작한.
      * 멘작멘작: <부사> 물건이 조금만 건드려도 뚝뚝 끊어지는 모양. (= 믠작)

      * 멘작ᄒᆞ다: <형용사> 물건이 아주 부드럽고 연(軟)하여 만질만질하다.
    ⬛ 멘주기: <명사> 올챙이.
    ⬛ 심엉: 심어서
      * 심다: <동사> (손으로 ~을) 잡다/쥐다.
      * -엉: <어미> -어서. 두 동작을 말할 때, 앞에 나오는 음성모음의 용언 어간에 붙어서, 나중의 동작의 근거ㆍ이유ㆍ원인이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 ᄆᆞᆫ죽거렴시니?: 만지작거리고 있니?

      * ᄆᆞᆫ죽거리다: <동사> 만작거리다. 자꾸 만지다.
      * -렴시니: <어미> -고 있니.
      * ᄆᆞᆫ지다: <동사> 만지다. (= ᄆᆞᆫ직다, ᄆᆞᆼ직다.)
      * ᄆᆞᆫ직아보다: <동사> 만져보다. (= ᄆᆞᆫ저보다.)


    경 는착는착ᄒᆞᆫ 디 싯당

    ⬛ 는착는착ᄒᆞᆫ 디: 는착는착한 곳에 ➔ 미끄러운 곳에.
      * 는착는착: <부사> 땅이 질고 반드러워 밟으면 자꾸 밀려 나가는 모양. ‘는착’의 힘줌말.
      * 는착: <부사> 땅이 질고 반드러워 밟으면 밀려 나가는 모양.
      * ᄒᆞᆫ: <동사> ᄒᆞ다 + <어미> -는. (예: 웃다 + -는 = 웃는)

      * -디: <조사> 데 (표준어의 의존명사 ‘곳’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말.)

      * -ᄒᆞᆫ 디: -한 데(에). -한 곳(에) (제주어는 조사 ’에‘를 대개 생략함.)

    ⬛ 싯당: 있다가.
      * 싯당: 싯다 + -다가
      * 싯다: <동사> 어느 곳에 머물다. (= 잇다.)

      * -당: <어미> -다가. (‘무엇을 하다가’의 ‘다가’에 해당.)


    는착ᄒᆞ영 ᄂᆞ려지민 어떵ᄒᆞ젠 햄시니?

    ⬛ 는착ᄒᆞ영: 미끌어져서(제주어). (표준어의 ‘미끄러져서’ 해당)
      * 는착ᄒᆞ다: <동사> 질척한 곳을 잘못 디디어 미끌하다. (= 는탁ᄒᆞ다, 닌착ᄒᆞ다.)
      * -영: <어미> -고서. (예: 무엇을 하영 ➔ 무엇을 하고서)

      * -영근에: <어미> -고서. 연결어미 ‘-영’의 뜻을 더욱더 세게 나타내는 연결어미. (= -여근에).

    ⬛ ᄂᆞ려지민: 넘어지면.
      * ᄂᆞ려지다: <동사> 넘어지다. (= 넘어지다, 부더지다, 푸더지다.)
    ⬛ 어떵ᄒᆞ젠: 어떻게 하려고. 어쩌려고.
      * 어떵: <부사> 의견,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찌 되게.
      * 어떵ᄒᆞ다: <형용사> 어떠하다. 어떠한 것이 이유나 원인이 되다.

      * -젠: <어미> -려고, -겠나. 용언 어간에 붙어서, ‘하게’ 할 자리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묻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

    ⬛ 햄시니?: 하고 있느냐? (예: 무사 경 햄시니? ➔ 왜 그렇게 하니?)

      * 시니: (하)니, (하)느냐. (예: 구린내 남시니? ➔ 구린내 나니?)


    ᄒᆞ커건 호꼼 멘짝ᄒᆞᆫ더레 강 자파리ᄒᆞ라.

    ⬛ ᄒᆞ커건: 하겠거든, (<동사> ᄒᆞ다 + <어미> 커건)
      * -커건: 어미 –겠거든.

    ⬛ ᄒᆞ꼼: <부사> 아주 자그만큼. (= ᄒᆞᄊᆞᆯ)
      * ᄒᆞ꼼만: <부사> 아주 조금만 (= ᄒᆞ쏠)

      * ᄒᆞ꼼썩: <부사> 아주 조금씩 (= ᄒᆞ꼼식, ᄒᆞᄊᆞᆯ썩, ᄒᆞᄊᆞᆯ씩)
      * ᄒᆞ꼼ᄒᆞ민: <부사> 1. 그저 약간하면, 2. 무슨 일이 조금만 있으면. (=ᄒᆞᄊᆞᆯᄒᆞ민)
      * ᄒᆞ끌락ᄒᆞ다: <형용사> 아주 작다.
    ⬛ 멘짝ᄒᆞᆫ더레: 평평한데로

      * 멘짝ᄒᆞ다: <형용사> 평평하다.
      * 멘짝ᄒᆞᆫ: 평평한.

      * -더레: <조사> 으로.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서, 행동이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격조사.

    ⬛ 강: 가서. (<동사> 가다 + <어미> -ㅇ)

      * 가다

      * -ㅇ: <어미> -서, (서다 + -ㅇ = 성 = 서서)
    ⬛ 자파리: <명사> 어떤 것을 가지고 하는 놀이 또는 장난.

      * 자파리ᄒᆞ다: <동사> 1. 장난하다. 2. 짖궂게 못된 짓을 하다.

    3. 마무리: 토박이의 한마디

    지난 제1회 글에서 보았던 ‘두린 몽생이‘, 이 아이가 위험하게 연못가의 질퍽하고 미끄러운 곳에서 올챙이를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습니다.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하면서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장난하며 놀도록 이끌어 주는 어머니의 다정한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늘 사용하던 어휘들이었지만, 요즈음은 쓰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점점 조용히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현실을 보며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제주에서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주어를 익혀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제주어가 영원히 사랑받는 언어가 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찐 토박이의 제주어]는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두린 몽생이’들은 잘 크고 있나요? 혹시 위험한 곳에서 ‘자파리‘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럴 때 무조건 혼내시기보다 “ᄒᆞ커건 호꼼 멘짝ᄒᆞᆫ더레 강 자파리ᄒᆞ라.”며 정겨운 제주어 한마디를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 드린 제주어 한마디, 어떠셨나요?

    정겨운 제주어 단어 하나가 가족과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 제주어의 가치와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제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제8회> 글 “고대어의 원형을 품은 ‘제주어(濟州語)’, 소멸 위기에 처하다” 편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개정 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2009)
    * 『제주어대사전 제주어왓 (시험 운영 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 네이버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제8회> 고대어의 원형을 품은 ‘제주어(濟州語)’, 소멸 위기에 처하다

    1459년(세조 5년)에 간행된  <훈민정음언해> 이미지

    안녕하세요? 제주의 진짜 숨은 이야기와 로컬의 깊은 가치를 전하는 블로그 ‘제주오리진(Jeju Origin)’입니다.

    지난 제7회에서는 제주의 강렬한 땡볕과 풋감의 탄닌 성분이 만나 천연 수지 코팅막을 형성하는 ‘제주 갈옷’ 속의 경이로운 섬유물리학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연이 준 기후적 시련을 극복하고, 이를 자외선 차단율 98%라는 완벽한 기능성 의복으로 녹여낸 선조들의 의생활 지혜는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지요.

    이처럼 대지, 돌담, 밥상, 의복까지 삶의 모든 물질적 영역을 과학적 지혜로 채워가던 제주의 선조들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정신적 자산에도 위대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제주의 눈에 보이는 유산들을 넘어, 제주 사람들의 영혼과 역사의 궤적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는 무형의 위대한 자산, ‘제주어(濟州語)’ 속에 숨겨진 언어학적 가치와 마주한 소멸 위기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육지 사람들에게는 그저 알아듣기 힘든 낯선 사투리로 취급받던 제주어가 어떻게 고대 한국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타임캡슐이 되었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1.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반치음() 품은 언어학적 타임캡슐

    제주어가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육지와 고립된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15세기 중세 한국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제주어는 국어사 연구의 표준을 제시하는 거대한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1) 아래아()

    가장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모음인 ‘아래아(ㆍ)’의 생생한 생존입니다. 육지 표준어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아래아 발음이 완전히 소멸하여 음가 자체가 사라졌지만, 제주어에서는 여전히 아래아의 독특한 발음이 일상 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예>

    * ᄒᆞᆫ저 옵서예(얼른 오세요)
    * ᄆᆞᆯ(말)
    * ᄒᆞ다(하다)
    * 오ᄂᆞᆯ(오늘)
    * ᄌᆞ근ᄌᆞ근(자근자근)
    * ᄀᆞᆯ개비(개구리)
    * ᄃᆞ람지(박쥐, 다람쥐)
    * ᄃᆞ오다(데려오다)
    * ᄒᆞ나(하나)
    * 모ᄆᆞᆯᄎᆞ베기(메밀수제비)

    2) 반치음(ㅿ)

    15세기 문헌 속 반치음(ㅿ)을 포함하던 어휘들이 육지에서는 자음이 아예 날아가 버린 형태(가위, 아우, 겨울)로 변한 반면, 제주어에서는 ‘ㅅ’ 형태로 자음의 흔적을 굳건히 유지하며 육지 말(표준어)과 서로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출처] 장정민·배영환, <20세기 초 제주방언의 음운론적 연구 – 《朝鮮語方言の硏究(1944)》를 중심으로 -> 내용 재구성

    (발췌 요약)

    중세 국어 어휘표준어
    (ㅿ ➔ ∅ 변화)
    (ㅿ 소리 완전히 소멸)
    제주어
    (ㅿ➔ ㅅ 변화)
    (‘ㅅ’으로 남아 보존)
    ᄀᆞᆺ애가위ᄀᆞ새, 가새
    아ᅀᆞ아우아시
    저ᅀᅳᆶ겨울ᄉᆞ울~ᄀᆞ실, 겨실
    ᄀᆞᆺ가 (테두리)

    3) 순경음 비읍(ㅸ)의 잔재

    <제주어 표기법 해설> (2014, 제주발전연구원)에 제시된 어휘들을 살펴 보면, 순경음 비읍(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 1음절 어간의 사례
    * 형용사: 곱다, 밉다, 춥다, 덥다, 맵다, (각도가) 굽다, 답다, 쉽다
    * 동사: 눕다, 줍다, 깁다, (불에)굽다, 낍다/끼우다, 돕다, 뱁다/배우다, 뵙다, 쌉다/싸우다  

    ② 2음절 이상의 어간의 형용사 사례* 차겁다, 뜨겁다, 서럽다, 즐겁다, 게벱다/게붑다(표준어의 가볍다), 무겁다, 더럽다, 어렵다, ᄆᆞᄉᆞᆸ다/무섭다, 부럽다/불룹다,


    어릴 적 조부모님과 생활할 때에는 더운 날이면 “에고~ 더버라~”, 추울 때에는 “추버라”라고 발음하시는 것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당시에는 표준어가 아닌 잘못된 사투리 발음을 하시는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발음이 재미있어서 장난삼아 따라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후에 자라서 순경음 비읍(ㅸ)을 알고 나니 그렇게 발음하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문자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선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그대로 보존되어 온 생생한 언어의 유산이지요. 제가 보기에 요즘엔 거의 이런 발음을 하시는 분이 없는 듯합니다. 지금은 현대적 어휘로 많이 바뀌었지만, 조금만 거슬러 살펴보면 그 소중한 잔재를 여전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4) 소결

    이처럼 표준어에서는 사라진 아래아(ㆍ), 반치음(ㅿ), 순경음 비읍(ㅸ)의 흔적이 어휘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국어학자들은 책 속의 활자로만 존재하던 고대어의 실제 발음과 문법을 연구하기 위해 반드시 제주를 찾습니다. 척박한 변방의 섬이라 불리던 공간이, 역설적이게도 훈민정음 창제 이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아득한 세월 동안 한민족의 소중한 언어적·문화적 원형을 안전하게 품어낸 영리한 보관소가 되어준 것입니다.

    2. 어휘의 풍요로움과 보존량

    1) 어휘의 풍요로움

    제주어에는 바람의 종류를 표현하는 단어와 바다에서 어로 작업에 관한 단어 및 돌과 관련된 단어들만도 각각 수십 가지에 달할 정도로, 제주의 거친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실용적 생활 어휘가 발달해 있습니다.

    사방이 바다로 막힌 고립이라는 한계를 중세 한국어 원형의 뚝심 있는 보존력으로 이겨낸 제주의 언어. 가뜩이나 디지털 소통으로 인해 전 세계의 소수 언어들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요즘, 풍요로운 어휘를 가진 제주의 전통 언어는 사실상 한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탱하는 가장 귀하고 단단한 ‘무형의 생명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2) 중세 국어 어휘 보존량

    전통 제주어는 15세기 조선 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고어(古語)의 형태와 ‘아래아(ㆍ)’ 등 중세 국어의 음운을 가장 풍부하게 품고 있어, 국어학계에서 ‘살아있는 중세 국어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어 어휘의 기록화 작업은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1995년 발간한 《제주어사전》에는 표제어 18,456 항목을 수록하였고, 2009년 발간한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에는 25,350 항목을 수록했습니다. 이어서 제주학연구센터와 진행한 《제주어대사전》 편찬 사업을 통해 현장 어휘와 관용어 등을 보완하며 40,000여 개 이상을 목표로 어휘 자산이 확충 및 기록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제주어대사전》 웹사전 구축 기반을 마련하여 “제주어왓(‘제주어밭’이라는 뜻)”을 이미 시험 운영 중에 있습니다.

    3. 제주어의 특징

    1) 조사의 과감한 생략과 단어의 축약

    예를 들면,

    * 어디에 가십니까? –> 어디 감쑤강?
    * 여기에 와서 이것을 보십시오 –> 여기 왕 이거 봅써.
    * 어디에 가고 계십니까? –> 어디 감수꽈?
    *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였다. —> 학교 강 공부 핸(해연).

    제주어에서 조사가 생략되고 단어가 짧게 축약된 이유는 제주의 거센 ‘바람’과 생존 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숨비소리를 내는 해녀들의 물질이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밭일 속에서 긴 문장으로 말하면 소리가 다 흩어져 버립니다. 특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친 바다에서의 뱃일과 해녀가 물질할 때 등에 정확한 의사전달은 생사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2) 독특한 형용사의 발달

    표준어 역시 형용사가 대단히 발달한 언어이지만, 제주어는 표준어 단어와 일대일로 매칭하기 어려운 제주만의 독특한 형용사(맛, 온도, 성품, 상태 등)들을 풍부하게 품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1회> 글에서 다룬 ‘맨도롱하다’는 ‘미지근하다’와 ‘따끈하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며, 우리가 몸으로 느끼기에 매우 알맞은 적당한 온도입니다. 육지의 언어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온도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② ‘베지근하다’라는 말은 ‘고기 등을 푹 고아낸 국물이 구미가 당길 정도로 묵직하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름지거나 느끼한 맛이 아니라, 깊은 진국에서 느껴지는 풍부하고 진한 감칠맛을 표현할 때 쓰는 제주 특유의 대표적인 맛 형용사입니다. 제주어가 아니면 이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③ ‘사락사락하다’는 ‘무엇이 자꾸 가볍게 쓸리거나 맞닿는 소리가 나다. 또는 그런 소리를 내다.’, ‘물건의 겉이 매끄럽지 못하고 좀 거칠다.

    ④ ‘요망지다’는 ‘똑똑하고 야무지다. 나이에 비해 총명하고 어른스럽다.’

    ⑤ ‘오소록하다’는 ‘조용하고 구석진 곳으로써 으슥하다.’

    ⑥ ‘발아뎅기다’는 ‘담장이나 나무 위 따위 발붙이기 어려운 곳을 기어 다니거나 걸어 다니다.’


    3) 공동체의 연대 철학이 담긴 어휘

    이웃을 가족처럼 친근하게 부르는 ‘삼춘’, 이웃 간의 공동체 품앗이를 뜻하는 ‘수눌음’이 있습니다. 또한 <제4회> 글에서 언급한 ‘정낭’은 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완벽한 신뢰가 있어야만 유지 가능한 문화에서 탄생한 단어입니다. 각자도생하기 힘든 거친 환경 속에서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연대해 온 섬사람들의 상생 철학이 단어 한 마디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제주어’만의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4. 출륙금지령의 역설: 거대한 고립이 만든 고대어의 보존 과학

    도대체 어떻게 제주의 언어는 육지와 수백 년의 세월을 비껴가며 이토록 완벽하게 15세기의 영혼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요? 그 역사적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제5회> 글에서 다루었던 중앙 정부의 가혹한 통제 정책, 바로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에 있습니다.

    인조 7년(1629년)부터 순조 23년(1823년)까지 무려 200여 년 동안 제주 사람들은 나라의 법에 묶여 섬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육지 사람들과의 접촉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채 섬 전체가 거대한 ‘지리적·문화적 감옥’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가혹한 단절은 언어학적으로 엄청난 반전의 축복을 만들어냈습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교류하고 섞이면서 변화하는 성질을 지녔지만, 제주의 언어는 외부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는 완벽한 ‘폐쇄적 생태계’ 속에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육지의 언어가 전란과 개화기를 거치며 아래아(ㆍ)를 잃고 기존 문법의 원형을 빠르게 잃어갈 때, 제주의 언어는 섬 안의 단단한 공동체 네트워크 속에서 15세기의 음가와 단어들을 타임캡슐처럼 고스란히 굳혀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조들이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단절의 역사가, 한민족 전체의 언어 고향을 지켜낸 위대한 방파제가 된 셈입니다.

    5. 소멸 위기 4단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제주어의 냉정한 현실

    1) 소멸 위기를 맞은 제주어

    소멸 위기 4단계 언어로 분류된 제주어에 대해 문순덕 외의 《제줏말 소멸위기 실증적 진단과 대응 방안 연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대략 6,000〜7,0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는 약 3,000개의 언어가 소멸위기에 있다고 추정함.

    유네스코에서는 구체적으로 언어가 맞고 있는 소멸 위기를 아래와 같이 단계별로 구분합니다. 2010년, 유네스코(UNESCO)의 《소멸 위기 언어 지도 (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기준에 따라 살펴 보면, 7단계로 구분하여 정의하였지만 실제 언어 지도상 표시는 5단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표는,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자료 해석의 편의를 위해서 재구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소멸 위기 4단계 언어로 분류된 제주어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문순덕 외 <제줏말 소멸위기 실증적 진단과 대응 방안 연구>의 자료를 인용합니다.

    위 표를 보면 제주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로 명확히 구획되어 있으며, 소멸 위기 4단계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조사 당시 제주어 사용 인구는 약 5,000~10,000명에 불과하며,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원 역시 70~75세 이상의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제 공인 기구인, 세계 표준화 기구(ISO)에서도 ‘제주어’를 단순 방언이 아닌 독자적인 개별 언어로 인정하여, 고유 언어 코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출처] SIL Global (ISO 639-3 등록 관리 기관) — iso639-3.sil.org

    • 한국어 공통 코드: kor (ISO 639-3) / ko (ISO 639-1)
    • 제주어 독자 코드: jje (ISO 639-3)

    이처럼 ‘제주어’가 ‘한국어’와 별개의 고유 언어로 등록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독립된 언어 자산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제주어를 제주도 전역에서 흔하게 쓰이는 정겨운 사투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언어 다양성을 보존하는 유네스코(UNESCO)의 시선은 전혀 다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0년, 제주어를 단순한 사투리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언어(Jeju language)’로 인정함과 동시에, 전 세계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공식 등록했습니다. 즉, 소멸 직전 단계의 위기 상태인 것입니다.

    4단계는 언어를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가 오직 ‘조부모 세대’뿐이며, 그 아래 세대로는 더 이상 언어가 자연스럽게 전수되지 않는 고립된 상태를 뜻합니다. 실제로 지금 제주의 젊은 세대나 아이들 중 전통적인 제주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거친 섬바람을 견디며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영혼의 언어가, 현대화와 표준어 보급이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지워져 가고 있는 것이 지금 제주어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입니다.

    제주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제주인들의 문화와 가치, 사고방식과 역사 인식 및 생태 양식이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나아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진다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네스코는 물론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각 국가 및 지방에서 언어의 소멸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2) 소멸 방지 기한의 경고

    현재 전통 제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현지 고령 인구의 연령대를 감안할 때, 향후 10~15년 이내에 체계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을 완성하지 못하면 언어의 원형 자체가 완전히 소멸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현재 활발히 추진 중인 《제주어대사전》 완성과 함께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더 많은 어휘들을 추가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일상의 언어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하고도 막중한 사명이라 하겠습니다.

    저 역시 SNS 등에서 일부러 제주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애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6.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라는 고정관념을 뒤집다

    이 놀라운 언어학적 타임캡슐을 마주하고 나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 육지의 표준어 기준에 비교되어 ‘교양 없고 투박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변방의 사투리’라 불리던 제주어는, 이제 더 이상 제주에 어울리지 않는 무지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예부터 제주어는 억양이 강하고 단어가 축약되어 있어 거칠고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육지의 부드러운 서울말 기준으로만 바라보았을 때는 분명 낯선 언어가 맞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자연과 제주 선조들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축복을 숨겨두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긴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기에 단어를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축약하여 소통의 속도를 높였고, 제1회에서 다룬 ‘맨도롱하다’처럼 오감과 식문화의 미묘한 경계를 날카롭게 집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실용적인 감정 어휘를 완성했던 것입니다.

    변방의 고립이라는 한계를 한민족 최고의 문화적 자산인 고대어의 요람으로 승화시킨 제주의 언어. 이제 제주의 전통 제주어는 결핍의 산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리하고 가치 있는 ‘무형 언어 자산의 정점’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마땅합니다.

    7. 글을 마치며: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안의 고유한 목소리를 지킬 시간

    제1회 글에서부터 오늘의 제8회 글까지, 제주오리진(Jeju Origin)의 이야기는 거친 바람 속에서도 나만의 원형을 잃지 않고 지켜온 숭고한 흔적을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주변의 거센 유행이나 타인의 기준(표준)에 맞추느라, 나만의 고유한 색깔과 소중한 내면의 목소리(원형)를 잃어버린 채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제주의 언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비록 세상이 변방의 언어라 부르고 알아주지 않더라도, 수백 년간 아래아(ㆍ)를 품어온 제주어처럼 내 안에 깃든 고유한 가치와 신념을 뚝심 있게 지켜낸다면 그 자체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대한 타임캡슐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오늘 하루, 차가운 세상의 유행 속에서 내 고유한 개성이 희미해져 힘겨워하고 있다면, 거센 섬바람 속에서도 고대어의 영혼을 단단하게 지켜내던 제주의 언어를 가만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타인의 자극적인 소음 앞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떳떳하고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채워내는 유연하고도 멋진 ‘맨도롱한’ 하루를 보내시는 것은 어떨지요?

    다음 글에서는 말 한마디, 언어 하나에도 대자연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서가 담겨 있듯, 거친 바다와 태풍이라는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따뜻한 위로와 연대로 지켜내 준 제주의 거대한 정신적 세계관, ‘1만 8천 신(神)들의 고향, 제주 신화’ 속에 숨겨진 포용의 미학을 함께 탐색해 보겠습니다.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양창용⦁양세정. (2013). 〈소멸위기 언어 보존 사례 분석을 통한 제주어(제주방언) 보전 방안〉,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현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 장정민·배영환-20세기 초 제주방언의 음운론적 연구– 《朝鮮語方言の硏究(1944)》를 중심으로 -, 《한말연구》 제66권 15호(2025. 5), 한말연구학회

    * <제주어,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우리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 지도 (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 <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2010. Unesco UNESDOC Digital Library

    * SIL Global (ISO 639-3 등록 관리 기관) — iso639-3.sil.org

    * 《제주어 표기법 해설》 (고재환 외, 2014, 제주발전연구원)

  • <제4회> 닫혀 있으나 신뢰로 열리는 문, 제주의 지혜 ‘정낭’

    제주 초가집 입구 돌담 사이에 세 개의 나무 막대(정낭)가 가로로 모두 끼워져 출타 중임을 알리는 제주의 전통 정낭과 정주석 풍경

    (ai 이미지 생성)

    안녕하세요?

    제주의 진짜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제주 오리진(Jeju Origin)’입니다.

    지난 3회에서는 거친 태풍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바람과 상생하는 <제주 돌담의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람의 길을 막지 않고 통과시키는 돌담의 유연함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 그 자체였지요.

    그 부드러운 곡선의 돌담은 각자의 집 앞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오늘은 그 돌담이 끝나는 곳, 마을 길에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의 집 입구에서 마주하게 되는 독특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제주의 전통 대문인 ‘정낭’, 그리고 대문으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주의 진짜 ‘올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조부모님 댁 입구에 들어설 때면, 거칠고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 사이에 정겹게 걸쳐놓은 길다란 나무 장대를 늘 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던 정낭에는 단순히 집 안과 밖을 구별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과학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1. ‘올레’의 원래 의미와 현재 알려진 ‘올레길’의 차이

    ‘정낭’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정낭과 처음 마주치는 공간인 ‘올레’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올레길 걷기’ 열풍으로 널리 알려져 사용 중인 ‘올레길’의 의미는 제주 전통의 ‘올레’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1) 전통적 의미의 올레

    ‘올레’는 ‘큰길이나 마을 길에서 집 마당까지 이어지는 돌담으로 둘러쌓인 좁은 골목길’을 뜻합니다.

    제주 초가집은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큰길에서 마당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돌담을 디귿(⊏)자나 곡선 형태로 길게 쌓아 입구를 만들었는데, 이 공간을 ‘올레’라고 불렀습니다.

    2) 올레의 과학

    이 올레에는 제주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올레는 넓고 크게 만들기보다 일부러 좁게 하거나 구부러지는 형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의 강한 바람이 큰길에서 집안으로 곧장 불어닥칠 때, 좁고 굽어진 돌담 골목인 올레를 통과하면서 바람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즉, 거센 바람이나 태풍으로부터 안마당과 초가집을 보호하는 ‘천연 바람 완충 지대’였던 셈입니다. 이 올레가 끝나는 지점, 즉 집 마당의 진짜 입구에서 우리는 제주의 대문인 ‘정낭’을 마주하게 됩니다.

    3) 의미가 확장된 요즘의 ‘올레길’

    지금 우리가 흔히 걷는 도보 여행 코스인 ‘제주 올레길’은 옛날부터 내려온 지명이 아니라, 2007년 (사)제주올레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도보 여행 코스를 개발하면서 붙인 ‘현대적인 브랜드 이름’입니다.

    “제주의 집 앞 골목을 뜻하는 ‘올레’처럼, 여행자들이 도보 여행을 통해 제주의 깊숙한 속살과 문화를 조용히 만나고 가라”는 의미를 담아 트레킹 코스를 ‘올레길’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이 브랜드가 전 국민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다 보니, 어느새 전국적으로 ‘길게 걷는 산책로나 등산로’ 전체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입니다. 제주올레라는 말에는 ‘제주에 올래?’라는 초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4) 아쉬움과 새로운 희망

    제주 토박이로서 전통적 의미의 올레가 사라져 가고 잊혀져 가는 현실에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하지만 순기능이 크게 있기에 아쉬운 한 켠을 메꿀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깁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현재 제주의 올레길 정비, 해안 청소, 올래길과 접한 마을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아이템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제주 관광의 주요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제주올레가 제주를 넘어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 올레를 해외로 확장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2. 정낭과 정주석, 바람의 섬이 만들어낸 과학적 구조와 아날로그 신호

    육지의 전통 가옥을 보면 나무로 짠 튼튼하고 빽빽한 대문이 집안을 꽉 막고 있지만, 제주의 시골집 입구에는 사방이 막힌 대문이 없었습니다. 대신 집 입구 양쪽에 구멍이 세 개씩 뚫린 커다란 돌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긴 나무 장대를 가로로 걸쳐두었습니다.

    이때 구멍 뚫린 돌기둥이나 나무기둥을 ‘정주석’ 또는 ‘정주목’이라 부르고, 그 사이의 나무 장대를 ‘정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주목 없이 돌담 자체를 지지대 삼아 정낭을 얹거나 구멍에 끼워 사용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1) 정낭의 역할

    정낭’은 제주 전통가옥의 정식 대문입니다.

    단순히 기다란 장대 하나에 불과하지만, 정낭은 실제적인 대문과 울타리 역할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과거 중산간 지역에서는 소나 말을 방목하여 키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을길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가축들이 집 마당 안으로 불쑥 들어와 텃밭의 농작물을 망치거나 초가집을 훼손하는 것을 이 정낭이 완벽하게 차단해 주었습니다.

    2) 제주에 대문이 없었던 이유

    제주에는 왜 육지처럼 번듯한 대문이 없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제주의 거센 ‘바람’ 때문입니다. 사방이 꽉 막힌 대문은 사철 몰아치는 제주의 강한 태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짝이 뜯겨 나가거나 돌담까지 무너뜨리기 십상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돌담을 쌓을 때처럼, 대문을 만들 때에도 자연과 싸우기보다 순응하는 법을 택했습니다. 나무 장대 몇 개로 이루어진 정낭은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그 사이로 바람을 유유히 흘려보내기에 태풍에도 끄떡없는 가장 완벽한 대문인 셈입니다.

    3. 숫자와 위치로 소통하는 아날로그 메신저

    정낭이 가진 가장 흥미롭고 아름다운 점은 바로 이 나무 장대의 개수와 위치를 통해 이웃과 소통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의 프로필 상태창이나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리듯, 옛 제주 사람들은 정낭의 개수로 집주인의 현재 상황을 이웃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1)정낭이 모두 내려져 있는 경우 (0개)

    집 안에 사람이 있으니 누구든 편하게 들어오라는 환대의 표시입니다.

    2) 정낭이 1개 걸려 있는 경우

    “집주인이 지금 아주 가까운 이웃집에 잠시 마실을 갔거나, 동네 거까이서 볼 일 보러 갔으니 곧 돌아옵니다.”라는 뜻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주인을 만날 수 있다는 다정한 안내문인 것이죠.

    3) 정낭이 2개 걸려 있는 경우

    “지금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밭에 일을 하러 나갔거나 멀리 나무를 하러 가서, 오후 늦게나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4) 정낭이 3개 걸려 있는 경우

    “지금 먼 곳에 있는 다른 마을에 가거나, 며칠 동안 집을 비웁니다.”라는 뜻입니다.
    장대 3개가 꽉 채워져 걸려 있으면 이웃들은 집안에 아무도 없음을 인지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5) 정낭을 1개 또는 2개만 사용하는 경우

    제주 초가집 입구 돌담 사이에 나무 막대(정낭) 한 개가 사선으로 비스듬히 걸쳐져 있어 집주인이 금방 돌아올 예정임을 알리는 모습

    (ai 이미지 생성)

    실제로는 1개 또는 2개만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정낭을 가로로 걸치면 집에 늦게 돌아온다는 뜻이고, 사선으로 비스듬히 걸치면 금방 돌아온다는 뜻이었습니다.

    6) 종합

    이처럼 정낭은 단순한 나무 장대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 전체가 공유하는 소리 없는 언어이자 가장 따뜻한 아날로그 메신저였습니다.

    4. 정낭이 증명하는 제주의 위대한 가치, 신뢰와 삼무(三無) 정신

    1) 역사 기록 속의 삼무

    1704년에 이형상이 제주 목사로 부임하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제주도 지방지인 『남환박물』 에 기록한 것을 번역한 내용 일부를 인용합니다.

    『제주도의 토질이 척박해서 백성들은 가난한 삶을 살았다. 땅에는 바위와 돌이 널려 있고 흙이 덮인 곳이 드물어서 삼과 면화를 기르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의복과 음식이 항상 부족했다. 의복과 음식은 소박했으며, 부유한 사람일지라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다. 이렇듯 제주도 백성들은 항상 가난에 시달렸지만 물건을 훔치는 자가 없었다. 말이나 소, 농기구, 곡물을 들에 방치하여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보안 기능이 없는 정낭이 대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의 ‘삼무(三無) 정신’ 덕분입니다. 제주의 삼무는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으며, 대문이 없다’는 뜻입니다.

    2) 현대의 기술적 첨단 보안과 제주의 자치적 보안 시스템

    여기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 전 세계 정보보안 시장의 핵심 철학은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입니다. 직역하면 “아무도 믿지 마라(Zero Trust), 그리고 항상 검증하라(Always Verify)”라는 뜻입니다.

    현대의 제로 트러스트 보안 시스템은 내부에 이미 들어와 있는 최고 경영자나 신뢰받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불신 장벽에서 출발합니다. 방 안의 서류 하나를 열어볼 때마다,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할 때마다 끊임없이 생체 인증(지문·안면 인식)을 요구하며 “당신이 정말 권한이 있는 사람이 맞는지”를 매 순간 가혹하게 검증하는 기술입니다.

    불신이 깊어질수록 인간 사회가 감당해야 할 시스템 구축 비용과 심리적 피로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물리적인 형태만 보면 제주의 정낭은 이 제로 트러스트 관점에서 ‘보안 점수 0점’의 허술한 바리케이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주의 정낭은 기술의 복잡성으로 불신을 제어하는 현대 공학의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뒤집는 완벽한 ‘상호 신뢰의 공동체 규범’을 보여줍니다.

    결국 정낭은 기계 장치로 인간을 감시하는 삭막한 기술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의 힘으로 공간을 완벽하게 방어해 낸 인류 역사상 가장 고차원적인 ‘제로 비용의 인문학적 보안 시스템’이었던 셈입니다.

    3) 소결

    정낭은 힘으로 침입자를 때려눕히거나 시스템적으로 차단하는 ‘강제 보안’이 아닙니다. 정낭은 도둑을 막기 위한 ‘차단막’이 아니라, 이웃 간의 단단한 ‘신뢰와 약속’이었습니다.

    “지금 집을 비우니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주인의 무언의 요청을, 마을 사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던 것입니다. 도둑이 없다는 상호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열려 있는 믿음직한 정낭이라는 대문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인들은 높은 철제 대문을 세우고, 삼중 잠금장치를 달고, CCTV를 24시간 가동하면서도 늘 불안해하며 살아갑니다. 아무도 믿지 말고 끊임없이 검증하라는 제로 트러스트의 철저한 불신 속에 스스로를 격리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에 대해 제주의 정낭은 완전히 반대의 결론을 내려주며, ‘진정한 안전과 평화는 철저한 감시가 아니라 서로를 믿는 신뢰에서 온다.’는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5. 올레에서 마주하던 그리운 추억들

    돌담을 따라 굽어지는 올레길을 걸어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초가집이 보이고, 그 입구 한쪽 끝에 단정하게 성낭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 돌아 왔을 때에, 반갑게 맞아주시던 할머니의 환한 미소가 고스란히 겹쳐옵니다.

    한 올레 안에는 여러 집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는 작은 골목이입니다.

    조부모님 집 앞의 올레는 비교적 넓고 꽤 긴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또래의 마을 아이들이 여럿이 모여서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고, 때로는 연날리기도 했던 장소여서 꽤나 많은 추억이 쌓인 공간입니다.

    가을이면 초가집 지붕에 얹은 묵은 새(‘띠’의제주 방언)를 교체하고 난 뒤에 지붕을 튼튼히 묶을 용도로 길게 집줄(‘새’로 만든 동아줄)을 꼬아 만들었습니다. 이때에 공동 작업으로 어른들과 함께 ‘호랭이’를 돌리던 올레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호랭이’는 끝의 구부러진 갈고리에 새끼줄을 걸어서 ‘ㄴ’자 형태의 손잡이를 돌리며 집줄을 꼬아나갈 때 쓰는 도구입니다. 제주 사투리인데 ‘우리말 샘’ 등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진 설명: 성읍 민속마을에서 초가 지붕 집줄 묶기과 집줄 만들기 시연 중이며, 여성 두 명이 호랭이를 돌리고 있는 모습임)

    6. 맺음말: 내 삶의 울타리를 허물고, 신뢰의 올레길을 걸을 시간

    선조들은 돌담에 구멍을 내어 바람을 통과시키는 유연함의 지혜를 보였습니다. 이제 우리도 현대의 거센 변화 속에서, 내면의 높은 벽을 허물고 미래를 바라보며 세계와 상생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이어가야 할 때입니다.

    비록 일상에서 진짜 정낭을 보기는 어려워졌지만, 제주 사람들이 수백 년간 지켜온 단단한 상생과 신뢰의 정신은 여전히 검은 돌담 사이에 따뜻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제주에 오실 기회가 있다면, 화려한 관광지 대신 제주의 옛 숨결이 담긴 조용한 시골 마을의 올레를 천천히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대문 없이 열려 있는 제주의 정서가 지친 여러분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이처럼 대지 위에서 이웃을 향해 빗장을 풀었던 제주인들의 위대한 신뢰와 상생의 법도는, 섬을 둘러싼 거칠고 가혹한 또 다른 영토인 ‘바다’ 위에서 더욱 경이로운 공동체 문명으로 피어납니다.

    다음 5회에서는 돌이 많고 바람이 몰아치는 삼다(三多)의 혹독한 결핍 속에서, 제주인들이 어떻게 절망을 딛고 뚝심 하나로 생존의 뿌리를 내렸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집약되어 전 세계가 경탄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의 위대한 연대와 상생의 사회학>을 품고 찾아오겠습니다.

    제주 오리진(Jeju Origin)

    참고 자료
    * 제주 부사 이형상이 쓴 제주도 박물지, 남환박물, 한경아
    * (사)제주올레 홈페이지

  • <제1회> 제주어 ‘맨도롱하다’의 진짜 의미와 일상의 온도

    푸른 수풀과 돌담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다섯 개의 제주 돌하르방 석상들


    안녕하세요?

    제주의 진짜 숨은 이야기와 로컬의 깊은 가치를 전하는 블로그 ‘제주 오리진(Jeju Origin)’입니다. 오늘 첫 글로 여러분께 제주도에서 가장 포근하고 정겨운 단어인 ‘맨도롱하다’를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중매체나 여행 광고 속에서 ‘맨도롱하다’라는 단어는 주로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수식어로 소비되곤 합니다. 보통 이 단어의 뜻은 표준어 ‘따끈하다’의 제주 사투리 또는 제주 방언이라고 단순하게 알려져 있으나, 실제 제주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상 속 어감에는 분명하고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참고로 ‘제주어’는 표준어인 ‘한국어’와는 별개의 언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주어’로 표기합니다.

    국제 공인 기구인, 세계 표준화 기구(ISO)에서도 ‘제주어’를 단순 방언이 아닌 독자적인 개별 언어로 인정하여, 고유 언어 코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출처] SIL Global (ISO 639-3 등록 관리 기관) — iso639-3.sil.org

    • 한국어 공통 코드: kor (ISO 639-3) / ko (ISO 639-1)
    • 제주어 독자 코드: jje (ISO 639-3)

    이처럼 ‘제주어’가 ‘한국어’와 별개의 고유 언어로 등록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독립된 언어 자산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맨도롱하다’,
    어떤 이들은 이 단어를 거창한 문학적 표현으로 오해하곤 하지만, 사실 ‘맨도롱하다’는 기온이나 음식의 온도가 ‘차가움과 뜨거운 것 사이의 적당하게 미지근하면서도 따스한 상태’를 뜻하는 지극히 물리적이고 실용적인 제주어입니다.

    오늘은 ‘멘도롱하다’로 쓰기도 하는 이 제주어가 가진 진짜 어감과 그 속에 숨은 로컬의 매력을 찾아보려 합니다. 아울러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소박한 단어가 어떤 실질적인 메시지와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지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사전적 정의와 제주 사람들이 느끼는 정확한 어감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따르면 ‘맨도롱’과 ‘멘도롱’은 둘 다 표준 표기로 등록되어 있으며, ‘따스하다’, ‘메지근하다’의 제주 방언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다른 국어사전에는 ‘미지근하다’의 제주 사투리로 정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감하는 언어의 온도는 조금 다릅니다. 표준어의 ‘따끈하다’는 말은 김이 풀풀 나거나 만졌을 때 꽤 높은 온도까지 포괄하는 역동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제주의 ‘맨도롱하다’는 미지근함의 상단과 따스함의 하단이 만나는 그 정겨운 중간 지점을 정확하게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팔팔 끓어 입안을 데일 것 같은 뜨거운 국물이 아니라, 식탁에 내놓은 뒤 한 김 식혀서 숟가락으로 바로 떠먹기 가장 편안하고 알맞은 온도의 국물을 만났을 때, 제주 사람들은 비로소 “국물이 맨도롱하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른 아침, 서귀포나 제주시의 오래된 골목 식당에서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고기국수나 몸국 한 그릇의 국물을 들이켰을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처음에는 따끈하게 다가오지만 맛을 음미하며 먹다 보면 서서히 입안 전체를 가득 채우는 그 자극 없는 편안함, 그 온도의 상태가 바로 ‘맨도롱하다’ 그것입니다. 즉,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고 인간의 몸에 가장 무리를 주지 않는 최적의 물리적 온도를 날카롭게 집어내는 지혜로운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어릴 적 제주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러한 온도를 피부로 느끼며 자랐습니다. 거센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 온돌방에서 화롯불을 쬐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시는 두 분의 나지막한 대화를 들으며 아랫목 이불 속에서 느꼈던 그 아늑하고 포근한 온기야말로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을 채우는 추억이자 그리움의 실체입니다.

    한옥 온돌방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따뜻한 화로 앞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이불을 덮고 누운 아이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정겨운 모습

    (ai 이미지 생성)

    2. 척박한 화산섬 환경이 만들어낸 실용적인 온도의 지혜

    이 짧은 제주어 한 마디에는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거친 세월을 살아온 섬사람들의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의 제주는 사면이 매서운 바닷바람에 노출되어 있었고, 돌이 많고 흙이 귀한 척박한 토양 때문에 늘 생존 자체가 고단하고 치열했던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매서운 겨울철의 추위 속에서, 혹은 칼바람이 부는 바다에 몸을 던져 물질을 마친 해녀들에게 체온을 회복하기 위한 ‘온기’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저체온증 상태에서 갑자기 너무 과하게 뜨거운 물이나 불을 접하는 것은 도리어 화상을 입히거나 몸의 혈관에 큰 무리를 주어 사람을 상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거친 바다에서 막 돌아와 얼어붙은 신체를 서서히, 그리고 안전하게 깨워주는 완만하고 적당한 온기, 바로 ‘맨도롱한 상태’의 물과 불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가장 실질적인 구원줄이었습니다. 화려한 수식어나 과장 없이 그저 인간의 삶과 생존에 딱 알맞은 실용적인 온도를 가장 귀하게 여겼던 로컬의 정서가 이 단어에 그대로 묻어나는 이유입니다.


    3. 과열된 현대사회에 던지는 ‘맨도롱함’의 미학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이 ‘맨도롱한 상태’는, 오늘날 매 순간 고온으로 과열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매우 깊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우리는 흔히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열정이라는 보기 좋은 이름 하에 온몸을 불태워버릴 듯 언제나 ‘뜨겁게’만 살기를 강요받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번아웃이라는 지독한 피로를 맞이하고, 순식간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양극단의 상태를 위태롭게 오가곤 합니다.

    유럽 덴마크어의 아늑한 문화적 정서인 ‘휘게(Hygge: 편안하고 따뜻한 상태)’가 다소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감성적 영역에 치우쳐 있다면, 제주의 ‘맨도롱하다’는 그보다 훨씬 담백하고 현실적입니다. 지나치게 뜨거워서 소중한 혀를 데이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차가워서 음식의 맛이 굳어버리지도 않는, 딱 먹기 좋은 국물의 황금 온도처럼 우리 일상의 밸런스도 너무 과열되지 않게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활의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4. 제주 오리진(Jeju Origin)이 풀어주는 ‘맨도롱하다’ 핵심 FAQ

    여기서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제주어의 재미있는 비밀 몇 가지를 문답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A. 일반적으로 제주의 언어에서 ‘따뜻하다’는 ‘또똣하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말은 덥지 않을 만큼 알맞게 높은 온도를 뜻하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이나 태도,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할 때도 널리 쓰이는 정겨운 단어입니다. “날씨가 또똣하다”, “마음이 또똣해진다”처럼 광범위한 온기를 담아내는 제주의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Q2. 그렇다면 ‘또똣하다’와 ‘맨도롱하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또똣하다’ 보다 온도가 살짝 낮은 느낌을 주는 단어가 바로 ‘맨도롱하다’입니다. 이 단어는 주로 국물, 차, 물처럼 우리가 마시거나, 혹은 온돌방 아랫목처럼 우리가 몸으로 직접 수용하는 대상의 온도가 자극 없이 딱 알맞고 기분 좋은 상태를 말합니다. 즉, ‘미지근함’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고 ‘뜨겁다’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상태입니다. 기후나 감정의 부분이 아니라 인간의 오감 및 식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제주인들만의 아주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온도 개념이라고 이해하시면 가장 정확합니다.

    A. 가장 대표적인 일상 표현으로 식사를 할 때에 “국이 맨도롱할 때 혼저(얼른) 먹으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음식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식지도 않은 가장 맛있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타이밍과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정겨운 표현입니다.

    Q4. 한때 ‘맨도롱 또똣’이라는 말이 꽤 유행했었는데, 실제 현지에서도 자주 쓰이는 표현인가요?

    A. 지난 2015년, 국내의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맨도롱 또똣’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이 표현이 대중적인 시청률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뜻이 널리 전파되어 한때 꽤 유행했었고, 요즘에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당연하게 붙여 쓰는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의 거친 바람을 맞으며 자란 제주 토박이로서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저를 포함한 현지 주민들과 지인들은 일상에서 결코 이 두 단어를 합쳐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맨도롱하다’와 ‘또똣하다’는 엄연히 인간이 피부나 오감으로 느끼는 온도의 결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제주 사람들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이 두 단어를 철저하게 구분해서 사용해 왔으며, 이를 한 문장으로 붙여 쓰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제주어가 가진 특유의 정겹고 예쁜 어감을 극대화하고,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를 살리기 위해 두 개의 단어를 재치 있게 조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디어 속 낭만적인 표현과 실제 로컬의 정교한 언어생활에는 이처럼 재미있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5. 제주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 드릴 무공해 조미료

    나무 탁자 위 검은색 뚝배기에 담겨 먹기 좋게 알맞은 온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맨도롱한 제주 고기국수

    (ai 이미지 생성)
    혹시 여러분이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단순히 풍경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대표 향토 음식인 ‘고기국수’나 ‘몸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멘도롱하다’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맨도롱하고 진한 국물 한 모금 속에서, 옛 제주 어르신들이 이웃과 나누었던 그 넉넉하고 따뜻한 온심(溫心)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때의 국수나 몸국 한 사발은 아마도 여행의 깊이를 더해줄 훌륭한 조미료가 될 것입니다. 만일 ‘맨도롱하다’의 온기를 느끼신다면 그 순간부터 여러분에게는 제주의 속 깊은 곳까지 방문하는 진짜 여행의 시작이 펼쳐질 것입니다.

    6. 글을 마치며: 당신의 일상 온도는 몇 도인가요?
    그리고, 제주 온기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제주어 ‘맨도롱하다’는 환상 속의 미화된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화산섬의 거친 환경을 버텨낸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찾아낸 가장 편안하고 실용적인 온도의 역사적인 기록입니다.

    오늘 하루, 복잡한 일상과 산더미 같은 업무 속에서 내 마음과 일상의 온도가 혹시 과열되어 끓어 넘치고 있지는 않은지 가만히 점검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데 음식과 사람의 정서뿐만 아니라, 제주의 거친 겨울바람을 막아주고 이 ‘맨도롱한 온기’를 사계절 내내 스스로 품고 있는 제주의 진짜 자연 비밀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과연 제주의 땅과 거친 화산 지형은 어떻게 이 가장 편안한 온도를 스스로 뚝심 있게 유지하는 걸까요?

    제주의 대지와 화산 토양이 숨겨 둔 흥미롭고 신비한 과학적인 비밀을 바로 다음 글 <제주의 대지가 품은 ‘맨도롱한’ 비밀과 축복>에서 명쾌한 근거와 함께 이어 가겠습니다.

    제주 오리진(Jeju Ori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