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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2회> 제주의 단백질 영양학: 푸른콩장과 몸국


    부제: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활용 지혜

    제주의 선조들은 척박한 화산재 땅과 거친 바다라는 고립된 섬 환경 속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했습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의 토양은 물을 머금지 못해 쌀농사가 불가능했으며, 이는 늘 만성적인 영양 결핍, 특히 단백질의 부족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제주의 선인들은 때로는 미생물의 힘을 빌리고, 때로는 고유의 조리 과학을 활용해 이 한계를 위대하게 극복해 냈습니다.

    지난 연재에서 탄수화물 중심의 곡물 발효(쉰다리, 빙떡, 상외떡)를 통해 에너지원의 보존 과학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제주의 척박함을 이겨내게 한 핵심 영양소인 ‘단백질’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땅에서 얻은 식물성 단백질 발효의 정수인 ‘푸른콩장’에서 시작하여, 마을의 대사를 통해 얻은 동물성 단백질의 결정체인 ‘몸국’으로 이어지는 제주의 식문화 흐름 속에는 선인들의 경이로운 영양학적 진화와 조리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1. 땅에서 얻은 천연 영양 보고, 제주 푸른콩장의 미생물학적 메커니즘

    1) 슬로푸드 운동과 ‘맛의방주’

    슬로푸드운동은 슬로푸드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입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세계 170개 국가에서 100만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철학은 전통적이며 지속 가능한 음식과 식재료를 지키며, 경작법과 가공법을 보존하고 가축과 야생 동물의 생물종다양성을 보호합니다. 지역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역의 전통음식, 토종 종자, 발효음식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데 나서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에 지역음식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맛의방주’라는 국제 프로젝트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맛의방주는 노아의 방주처럼 소멸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재료를 찾아 목록을 만들어 ‘맛의방주’에 승선시켜 지역음식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국제 프로젝트이다. 맛의방주는 2024년 12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161개국에서 6,110여 종이, 한국에서는 제주푸른콩을 비롯하여 118종이 국제 슬로푸드 ‘맛의방주’에 등재되었다. 맛의방주는 전 세계 문화와 전통이 깃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을 기록한 온라인 목록이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을 대표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맛의 방주 100개를 엄선하였습니다. 협회의 발굴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역 고유 맛을 가진 식재료와 식품, 지역 고유 토종 또는 야생종, 지역 생산물을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만든 가공식품
    ② 지역의 전통적인 조리방법과 가공법 등을 가지고 있고 독창적인 맛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식품

    2) 제주푸른콩장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엄선한 ‘대한민국 맛의방주 100’의 제1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제주푸른콩장’입니다.

    제주푸른콩장은 푸른독새기콩 등으로 불리는 제주 지역 토종콩인 푸른콩으로 만든 장입니다.

    제주 선조들은 타지역과 달리 여름철에 된장냉국, 된장물회를 즐겼고 채소는 물론 생선회, 돼지고기 수육도 대부분 생된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따라서 생된장과 함께 섭취하는 전통음식이 많습니다. ‘푸른콩장’은 이러한 전통음식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 역시, 어린 시절 육지 사람들처럼 된장을 늘 끓여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싱싱한 자리돔 물회에 생된장을 듬뿍 풀고, 밭에서 갓 딴 고추나 물외(토종 오이, 노각 오이) 등을 생된장에 툭툭 찍어 먹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께서 만드는 국이 제일 맛있다고 하시며, 다른 집 음식은 할머니 국 맛을 못 따라간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할머니께서 만드신 된장 맛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하셨죠. 비록 푸른콩장은 아니었지만, 할머니께서 담그셨던 베지근한 그 된장의 살아있는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향수입니다.

    제주 토종 콩인 ‘푸른콩’은 ‘장콩’이라고도 부르며, 콩 자체가 자당을 9.1% 함유하고 있어 일반 메주콩에 비해 고소하며 단맛이 높고 찰집니다. 또한 감칠맛이 나고, 오래 숙성시켜도 장 특유의 군내가 나지 않아서, 일반 된장과 차별되는 독특한 맛을 품고 있습니다.

    제주의 푸른콩은 육지의 대두와 달리 껍질과 속이 모두 은은한 푸른빛을 띄며, 제주의 강한 바람과 가뭄을 견뎌낸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이 푸른콩을 기반으로 만드는 제주의 전통 ‘푸른콩장’은 일반 육지의 된장과 비교했을 때 제조 과정과 균주(菌株)의 분포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3) 된장의 미생물학적 메커니즘

    콩을 삶아서 벽돌 모양의 메주로 만든 다음 볏짚으로 엮어 처마에 매달아 두는 이유는 고초균을 활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고초균은 마른풀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로서 볏짚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라고 합니다.

    메주를 볏짚으로 엮어 두면, 지푸라기에 서식하고 있던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가 콩에 달라붙어 강력한 분해 효소(Protease)를 분비하는데, 콩이 가진 전분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를 분해하여 포도당으로 분해한다던지, 콩의 거대하고 거친 식물성 단백질 구조를 인간의 장벽에서 즉각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정밀하게 쪼개어 줍니다. 이 아미노산이 감칠맛을 나게 하는 성분인 것입니다.

    4) 제주 푸른콩장 제조 과정의 특징

    제주의 토종된장은 육지의 된장처럼 짜고 매캐한 냄새가 나지 않고, 특유의 향긋함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묵직한 감칠맛이 도는 독창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발효학의 비밀은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볏짚의 결핍에 기인합니다.

    제주는 논농사를 짓지 못해 메주를 묶을 ‘볏짚’이 귀했습니다. 육지에서는 볏짚에 붙어 있는 유익 미생물인 고초균을 메주에 이식하여 발효를 유도하지만, 제주의 선조들은 볏짚 없이 맑은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교차하는 서늘한 돌담 공간에서 청정한 자연계에 상시 존재하던 고유의 토종 고초균(Bacillus subtilis) 균주들을 메주 표면에 자연스럽게 안착시켜 발효를 유도하였습니다.

    이 제주의 토종 고초균들은 푸른콩이 가진 풍부한 아미노산 성분과 결합하여 강력한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고초균이 분비하는 효소들이 콩 단백질을 미세하게 쪼개면서, 인공 조미료의 감칠맛을 능가하는 천연 글루탐산(Glutamic acid)을 폭발적으로 생성해 냅니다. 소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장맛이 깊고 베지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제주의 푸른콩장은 제조 방법과 발효 환경에서 육지의 장류와 궤를 달리합니다. 삶은 콩을 메주로 만들어 쓰는 육지와 달리, 제주에서는 전통적으로 삶은 콩을 으깨어 누룩가루와 섞은 뒤 몇 개월만 숙성시키면 완성되는 막장을 많이 담갔습니다. 때로는 볶은 푸른콩가루(개역)를 직접 활용하여 장을 담그기도 하였는데, 이는 미생물과의 접촉 면적을 극대화하여 발효 속도를 앞당기는 선인들의 영양학적 지혜였습니다.

    또한, 잿물을 바르지 않아 숨구멍이 살아있는 제주 고유의 전통 옹기에 담았는데, 제주의 옹기는 고온다습한 섬 기후 속에서도 내부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유해 부패균을 막고 고유의 유익한 바실러스 균주들이 안정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최고의 미생물 생태계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5) 전통 제주 푸른콩장의 과학적 우수성

    콩에 다량 함유된 이소플라본(Isoflavone) 성분은 미생물의 효소와 만나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체내 흡수율이 몇 배나 높은 ‘비배당체(Aglycone)’ 형태로 전환됩니다. 이는 혈관 건강 개선을 비롯해 항염증, 항암, 대사증후군 예방 및 장내 미생물 환경 조절 등 전방위적인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제주 푸른콩은 원료인 상태는 물론 된장으로 발효된 상태에서도 우수성이 입증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논문을 인용합니다.

    (인용)

    표 5. 품종에 따른 원료 및 된장의 이소플라본 함량 변화(㎎/100g)

    구 분세부 성분푸른콩
    (제주토종)
    백운콩
    (장류용)
    풍산콩
    (나물용)
    원 료제니스틴 (genistin)188.7155.6182.9
    다이드진 (daidzin)135.4103.7121.3
    제니스테인 (genistein) 8.7 8.4 8.6
    다이드제인 (daidzein) 23.1 4.5 4.7
    된 장제니스틴 (genistin) 5.4 5.1 6.1
    다이드진 (daidzin) 12.7 11.3 11.6
    제니스테인 (genistein) 114.1 81.5 99.7
    다이드제인 (daidzein) 74.8 41.8 52.8

    (인용 끝)

    제니스테인과 다이드제인은 생리기능이 가장 우수한 대표적인 이소플라본이라고 합니다. 원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콩 원료 상태에서 다른 콩과 대비 시 다이드제인(daidzein)은 백운콩 대비 5.13배, 풍산콩 대비 4.91배로 압도적이며, 발효 과정을 거쳐 된장이 되었을 때, 흡수율이 극대화된 형태인 제니스테인은 백운콩 대비 1.40배, 풍산콩 대비 1.14배이며, 다이드제인은 백운콩 대비 1.79배, 풍산콩 대비 1.42배로 나타나 다른 된장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검출되었습니다. 이는 발효 후에도 제주 푸른콩장이 일반 된장 대비 영양학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입니다.

    제주대학교 연구팀이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J Korean Soc Food Sci Nutr)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주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된장(푸른콩장)에서 자생하는 토종 바실러스(Bacillus) 속 균주들은 일반 표준 균주보다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 분비능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강력한 세포외효소들은 콩의 거대하고 거친 식물성 단백질 구조를 인간의 장벽에서 즉각적으로 소화 흡수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인 아미노산과 저분자 펩타이드로 정밀하게 쪼개어 줍니다.

    더욱 놀라운 과학적 사실은 이 제주 토종 발효 미생물들이 현대인의 만성 성인병인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강력한 ‘혈전용해 활성’을 뿜어낸다는 점입니다. 논문의 실험 결과, 제주 발효 균주 중 하나가 나타낸 혈전용해 활성은 인체 내에 존재하는 천연 혈전용해 효소인 플라스민(Plasmin)의 효능 대비 무려 192%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즉, 제주의 푸른콩장은 단순한 향토 음식을 넘어, 미생물의 대사 작용을 통해 단백질의 흡수율을 극대화하고 혈행 건강을 돕는 고부가가치 ‘기능성 바이오 푸드’의 원형인 것입니다.

    6) 전통 제주 장류 보존을 위한 노력의 필요

    전통 장류발효식품은 우리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염분의 함량이 높아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볼 때 저염화 추세가 요구되는 요즘의 식생활을 감안하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주 식단은 자극적인 절임 음식을 최소화하여, 전국에서 가장 담백하고 나트륨 자극이 적은 건강식으로 분류됩니다. 가뜩이나 인스턴트와 과도한 나트륨으로 현대인들의 장 건강과 면역계가 위협받는 요즘, 제주의 전통 푸른콩장은 사실상 미래 인류의 식단을 치유할 ‘천연 바이오 생명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소중한 전통 발효 식품이 자칫하면 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주 전통 푸른콩의 종자를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푸른콩을 원료로 한 전통 된장 제조 방법의 명맥을 유지하고 연구⦁개발하며 대외에 알리고 있는 제주 도내의 영농조합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 여깁니다. 제주인의 일원으로서 관계자 분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2.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의 영양학적 확장

    제주의 잔치나 상례 등 대사(大事)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몸국’입니다.

    식물성 발효 단백질(푸른콩장)을 통해 일상적인 기초 영양을 확보한 제주의 식문화는, 마을의 대사(大事)를 기점으로 식물성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동물성 단백질로 영양학적 영역이 확장됩니다. 그 중심에 바로 제주의 잔치나 상례에서 공동체의 결속을 상징하던 음식인 ‘몸국’이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마을의 큰 행사가 있을 때 또는 ‘가문 잔치’에서 이웃들과 함께 도새기(제주 방언, 돼지)를 잡고 고기를 공평하게 나누는 고유의 풍습을 유지해 왔습니다. 가문-잔치(家門잔치)란 「명사」이며, ” 제주 전통 혼례에서, 혼례 전날 가까운 친척들이 잔칫집에 모여 치르는 잔치”를 뜻하는 제주 방언입니다. (‘우리말샘’)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귀한 도새기를 잡은 후 살코기는 삶아 내어 잔치 상에 올리지만, 돼지의 뼈와 내장, 부산물 역시 단 한 점도 버릴 수 없는 귀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이었습니다. 이를 모두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오랜 시간 뭉근하게 푹 고아내어 진한 육수를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성 단백질과 진한 지방 성분이 국물에 녹아내립니다.

    여기에 거친 제주 바다에서 채취하여 말려둔 ‘몸'(제주 방언, 모자반)을 가득 넣어 끓여내어, 마지막에 메밀가루를 풀고 소금이나 전통 간장으로 간을 맞춰 완성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동네에 큰 잔치가 열려 도새기를 잡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거대한 무쇠 가마솥 근처에 모여서 놀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뼈와 내장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고아낸 진한 육수에 말린 모자반을 한가득 집어넣고 메밀가루를 휘휘 풀 때 퍼지던 그 구수하고 묵직한 냄새는 잔칫날의 설렘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이 몸국이라는 제주의 전통 요리 안에는 미생물 발효 못지않게 감탄을 자아내는 조리 과학적 상호작용이 숨어 있습니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서 일어난 ‘유화 작용’ 덕분에 우리 선조들과 이웃들은 그 귀한 돼지 한 마리를 가장 완벽하고 소화가 잘되는 상태로 나누며 영양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 지방의 유화(Emulsification)와 소화 흡수 과학

    지방의 유화(Emulsification)는 물과 섞이지 않는 지방을 미세한 입자로 쪼개어 물속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접촉 면적이 넓어져 소화 효소의 작용이 원활해지게 됩니다.

    돼지 부산물에서 나온 짙은 동물성 지방은 자칫 인간의 위장에 큰 부담을 주고 소화 불량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기름진 돼지 고기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며 소화가 잘되는 비결은 바로 바다의 모자반에 있습니다.

    1985년 한국수산학회지에 발표된 김동수·박영호 연구팀의 모자반 알긴산 연구 논문에 따르면, 모자반은 건조물 기준으로 원물의 25~26% 이상이 순수한 천연 ‘알긴산(Alginic acid)’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풍부한 알긴산과 다당류 성분은 가마솥에서 온도가 뜨겁게 상승함에 따라 분자 구조가 유연하게 풀려나와 퍼지는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지닙니다. 고온의 국물 속에서 해리된 알긴산 분자들이 천연 유화제 역할을 수행하여, 물과 섞이지 않는 무거운 동물성 지방 입자들을 미세하게 쪼개어 국물 전체에 고르게 분산시킵니다. 이 유화 과정을 통해 지방의 접촉 면적이 넓어져 체내 소화 효소의 작용이 원활해지며, 결과적으로 위벽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논문은 모자반의 알긴산 성분이 지닌 독특한 분자 배열 구조에 의해 유해 금속 이온에 대해서도 뛰어난 흡착 및 이온교환능을 지니고 있음을 화학적 수치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선인들이 기름진 고단백 고지방 영양을 보충하는 동시에, 식이섬유질이 풍부한 해조류를 다량 곁들임으로써 장내 환경을 정화하고 영양적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고자 했던 식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2) 메밀가루를 통한 영양학적 밸런스와 잡내 제어

    (농촌진흥청, 그린매거진 인용)

    『메밀은 비타민 B1, B2, E, D를 비롯해 다른 곡물이나 쌀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14%나 높은 매우 영양가 있는 곡물이다. 또한 쌀이나 밀가루보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단백가가 높으며 비타민 B1과 B2는 쌀에 비해 3배 정도 함유되어 있다.

    메밀 성분 중 매우 특징적인 것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P 일종인 플로보노이드 유도체 루틴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루틴은 고혈압, 동맥경화증, 폐출혈, 궤양성질환, 동상, 치질, 감기 치료 등에 효과가 인정돼 임상에 이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또한 체내 노폐물을 내보내 피를 맑게 하여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켜준다.』

    전통적인 몸국은 조리 마지막 단계에 반드시 메밀가루를 물에 풀어 솥에 흩뿌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메밀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라이신(Lysine)’ 등 필수 아미노산은 돼지고기 단백질에 부족한 아미노산 조성을 완벽하게 보완하여 단백질의 영양가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또한 메밀의 전분 입자는 돼지 육수 특유의 휘발성 누린내 성분을 물리적으로 흡착하여 가두어 버림으로써, 맛을 한층 더 부드럽고 담백하게 감싸주는 과학적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3. 맺음말: 식단 구조의 진화와 영양학적 대안

    결국 제주의 푸른콩장과 몸국은 단순한 향토 음식을 넘어, 섬이라는 지리적 고립과 척박함 속에서 자연 환경과 인간의 영양학이 치열하게 타협하여 만들어낸 식문화 예술입니다.

    일상적인 식물성 단백질의 미생물 분해(푸른콩장)에서 시작하여, 특별한 날 공동체가 함께 나누던 동물성 지방과 해조류, 그리고 잡곡의 조리 과학적 결합(몸국)으로 이어지는 단백질 식단의 확장은 제주의 생존을 지탱한 핵심이었습니다. 자극적인 현대 식단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제주의 전통 단백질 식문화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고 소화계가 최적의 기능을 하도록 돕는 상태인 장 건강(Gut Health)과 깊은 영양적 위로를 주는 미래의 웰빙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제6-2회 글이 땅에서 올린 푸른콩장과 바다와 마을이 합작한 몸국을 통해 ‘단백질의 영양학’을 살펴보았다면, 다음 제6-3회 연재에서는 제주인들의 일상 식탁을 지켜온 또 다른 핵심 축, ‘지방(Fat)과 미네랄’의 조리 과학을 파고듭니다. 척박한 섬 환경 속에서 귀한 지방 성분을 효율적으로 섭취하고 보존하기 위해 선조들이 선택했던 지혜로운 식재료 활용법과, 제주의 청정 자연이 선사한 미네랄의 영양학적 비밀을 흥미로운 과학적 데이터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제주오리진, Jeju Origin)


    참고 자료


    * 우리말샘. 제주방언 사전 데이터.

    *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홈페이지

    *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홈페이지, 대한민국 맛의 방주 100 공식 선정 자료

    * 홍석일 (2020). 유용 미생물의 대명사가 된 ‘바실러스’. 농기자재신문 기고문.

    * 오유성·박지은·오현정·김정현·오명철·오창경·오영주·임상빈 (2010). 제주전통된장으로부터 세포외효소 분비능이 우수한 미생물의 분리 및 특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 한식진흥원 (KFPI). ‘푸른 콩장’으로 되살아난 제주 토종 ‘푸른 콩’ 온라인 매거진 리포트.

    * 기능식품 저널 (74, 2020). 주요 이소플라본 아글리콘과 그 대사산물의 생체이용률과 건강상의 이점. ScienceDirect 수록.

    * 김미실 (2005~2006). 제주토종 푸른콩의 가공적성 및 장류 제조특성 연구.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연구보고서.

    * 김동수·박영호 (1985). 알긴산의 화학적 조성 및 그 물성에 관한 연구 (4) 외톨개모자반 및 괭생이모자반의 알긴산. 한국수산학회지, 18(2), 124-130.